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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여행

강원도 홍천으로 떠나는 아들 면회 이야기-30년을 거슬러 올라간 홍천 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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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체생산1팀2직 김종홍 전문

 

강원도 홍천. 사통팔달로 뚫리는 도로 덕분에 주말과 휴가철이면 전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 여건도 좋지만, 홍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방으로 둘러싸인 울창한 자연에 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 홍천군은 전체 면적의 80~9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사계절 모두 각각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심에서 지친 여행자들이 힐링을 위해 찾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홍천에 나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은 현재 진행형이다. 30년 전 나는 이곳에서 군인으로서 30개월을 지냈고, 지금 내 아들이 나와 같은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다. 홍천은 그렇게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 되었다. 한때는 홍천을 바라보며 오줌도 안 누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시시때때로 바라보는 애잔한 곳이 되었다.

 

그렇게 특별한 이곳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았다. 애증에서 애잔한 곳으로 바뀐 이곳 홍천. 참 많이 변했다. 30년 세월에 세상 어딘들 안 변하고 버티었겠느냐마는 홍천강의 물길마저 그 곡선이 깊어져 있는듯하다. 산도 강도 길도 모두 변하는 사이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장성하여 군인이 된 아들을 찾아 이곳을 다시 찾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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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천의 명소인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 년 고찰이다. 이곳은 생태숲으로도 유명한데, 숲에 조성된 수타사 산소길은 총 4개 코스로 홍천의 청정 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다.

 

 

30년 전 그 시절 나의 첫 휴가를 떠올린다. 그때는 오지였던 이곳 홍천에서 부산까지는 꼬박 11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출발해 9시 도착이니 4시간 남짓 걸린 셈이다. 30년 세월 동안 구불구불했던 길들이 반듯이 펴지고, 없던 길도 생기며 시간을 일곱 시간이나 단축해놨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더 가까워졌으니. 내 모습과 닮아있을 아들을 만나러 그 길을 한걸음에 달려간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설레고 있다. 딱히 말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행동에서 기다림과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아들을 위한 음식이며, 잠시 갈아입을 옷가지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사뿐하고, 심지어 내게는 보여주지 않는 미소까지 있다. 얼마나 그리운 아들인가.

 

4시간을 꼬박 달려 드디어 아들의 부대에 도착했다. 육군 운전병 야전 수송교육대 면회실에 접수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이 뛰어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얼싸안으려 하니 뒤로 물러서 바로 경례를 올린다.

“충성, 이병 김경훈!”

순간 울컥하며 코끝이 찡해온다. 하지만,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지 않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경례를 받는다. 아내는 벌써 눈가가 촉촉해져 있다. 그래도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모른다. 좋긴 좋은가 보다.

 

집에서 이미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푸짐하게 싸왔지만, 홍천에 왔으면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어봐야 한다며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닭갈비집을 찾아 나섰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숯불에 구운 닭갈비집을 찾았지만 실패하고, 아쉬운 대로 진주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다. 내가 찾던 숯불에 구운 닭갈비는 아니어 실망했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참 잘도 먹는다. 집에서는 이 정도로 먹지 않았는데, 아들은 쉬지 않고 먹는다.

 

먹으면서 재잘재잘 말도 잘한다. 훈련소와 운전교육대 등 끝없이 군대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군대 이야기를 평생 하겠지’. 잘 먹고 잘 말하는 것처럼 몸매도 더 좋아졌다. 부럽다. 입대 전에도 살찐 몸매는 아니었지만, 사우나에서 아들의 몸을 보니 어깨 근육과 복근이 제법 탄탄하다. 내 눈엔 <태양의 후예>에서 몸매를 자랑하던 군인들에 빠지지 않아 보인다.

 

군대 물품도 좋아졌다. 군화가 고어텍스다. 우리 땐 통가죽에 물광, 불광 낸다고 바빴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을 알기나 할까. 디지털 군복도 새롭다. 각 잡아 칼같이 다려 입을 필요도 없고 그냥 탁탁 털어 입기만 해도 스타일이 제대로 나온다. 군복을 잘 차려입은 아들이 운전병답게 차량의 종류나 운전법에 대해 제법 전문가처럼 이야기한다. 군대 선후배로서 이야기가 제법 잘 통한다. 어쩐지 아내만 소외된 분위기.

 

나는 1987년, 아들은 2016년. 아버지와 아들이 30년 차이를 두고 같은 곳, 같은 보직으로 군 복무에 임한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 아직은 어설프고 여물지 못한 아이 같은데, 아들이 군인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30년 전 나의 모습도 저러했겠지. 이등병 시절의 내 사진을 들여다본다. 사진 속 나도 지금의 아들처럼 어수룩하지만, 마음만큼은 당당하고 당찼던 시절. 낯선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마저 같으리라.

 

홍천이 나에게 이렇게 특별한 곳이 될 줄은 몰랐다. 아들이 제대한 후에도 우리는 군대 선후배로 홍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지. 군인이 된 늠름한 아들을 만났고, 30년 전 풋풋했던 내 모습을 만났던 홍천 여행길.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자꾸 홍천 방향만 바라보게 될 것 같은 예감. 30년 전의 내가 다시 그곳에서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어쩐지 으으 힘이 솟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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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

1. 홍천군 남면과 북방면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금학산(652m).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홍천강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태극문양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2. 군인이 되어 늠름한 자세로 경례하는 아들의 모습.

3. 부산에서 4시간 동안 달려 만난 아들의 얼굴. 오랜만에 세 식구가 모여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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