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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작은 영웅이 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힘이 없는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책임, 나아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선(善)을 행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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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ory

파타고니아, ‘책임’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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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 2011년 11월 25일, <뉴욕타임스>를 넘기던 독자는 깜짝 놀랐다. 신문의 전면에 큼지막한 재킷 사진과 위와 같은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광고를 낸 기업 이름을 보고나면 꼭 그렇게 여길 수도 없다. 이 광고를 낸 아웃도어 의류 업체의 파타고니아는 진짜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2007년 미국 <포춘지>는 파타고니아를 전 지구를 통틀어서 가장 ‘쿨(cool)’한 기업으로 꼽았다. 이 기업의 창업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본 취나드는 공공연하게 “인간은 유한한 자원을 낭비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해한 종”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이런 회장이 경영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글 강양구 

일러스트 신미래

 

 

“우리 회사 옷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의 <뉴욕타임스> 광고는 실제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이 기업은 새로운 재킷을 사라고 광고하는 대신 실과 바늘이 들어 있는 반짇고리를 내놓았다. 중고 재킷을 소비자가 쉽게 수선해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이 단추를 다는 법을 몰라서 헤매자 수선에 관한 동영상 설명서도 만들었다. 정말로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이본 취나드는 예전에 암벽 등반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암벽 등반을 하다가 등산 장비를 직접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이 생산한 암벽 등반용 강철 하켄이 암벽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고, 암벽을 훼손하지 않는 대체 장비인 알루미늄 쐐기를 개발했다.

이 때부터 시작된 ‘환경’에 대한 관심은 1973년 ‘환경’을 최고 이념으로 내세운 파타고니아 창업으로 이어진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고,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며, 환경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는 환경 단체 같은 사명을 선언문으로 밝혔다.

실제 모습은 더욱더 극적이다. 1991년 파타고니아는 면화를 재배할 때 엄청난 농약과 인공 비료를 쓴다는 사실을 비판하며, 일반 면화를 사용한 의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1996년부터 파타고니아의 모든 면으로 만든 옷은 100% 유기 농업으로 재배한 면으로 만든다. 이런 조치를 할 때 일반 면화를 사용한 의류는 파타고니아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의 기행은 계속된다. 이 기업은 홈페이지에 엄마가 젊은 시절 등반할 때 입었던 파타고니아 재킷을 딸이 물려받아 입는 사례를 홍보하기도 한다. “좋은 옷은 오래 오래 입을 수 있으며 세대를 이어 준다”는 문구가 뒤따른다. 새 옷을 팔아서 먹고사는 기업으로서는 감히 할 수 없는 광고다.

자기 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하는 별난 회사인데도, 파타고니아는 노스페이스에 이어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08년 닥친 금융 위기에도 이 기업은 한 해 25~30%씩 급성장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오래 쓸 제품을 선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기업의 제품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장점은 재활용이다. 이 기업은 말로만 ‘환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에 나섬으로써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한다.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버리는 헌 옷을 모아서 새로운 원단,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한다. 심지어 플라스틱 병에서 뽑아낸 나일론으로 품질 좋은 옷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재활용으로 만든 섬유, 원단이라고 해서 싸구려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일단 재활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좋은 품질,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서 소비자와 ‘지구를 지키는 데 동참했다’는 가치까지 공유한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기업으로서의 책임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까지 다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1%를 무조건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그렇다면, 직원 대우는 어떨까? 혹시 밖으로는 좋은 일을 한다는 온갖 생색을 내면서, 안으로는 직원을 부려먹는 그런 겉 다르고 속 다른 기업은 아닐까?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아닌 듯하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이 파도가 칠 때는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서핑을 갈 수 있도록 자유 근무제를 실시한다. 서핑을 타는 회장 옆에서 말단 직원이 서핑을 타는 모습도 심심찮게 연출된다. 취나드가 2005년에 낸 책 제목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된 이유도 이런 사정 탓이다.

 

 

“패션으로 세상을 구하자”

“패션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패션으로 세상을 구할 수도 버릴 수도 있어요.”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은 이본 취나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 두 문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옷을 팔아서 먹고사는 이 기업은 과소비가 ‘멋지지 않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이 기업은 오늘도 ‘물려받아서 낡고 너덜너덜해진’ 하지만 입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 옷을 판다.

이제 70대 후반인 이본 취나드는 지금은 암벽 등반 대신에 서핑과 낚시를 즐긴다. 하지만 유명한 암벽 등반가였던 그의 흔적이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산 인수봉에 오르는 암벽 등반 코스의 이름 가운데 ‘취나드 A’와 ‘취나드 B’가 있다. 그렇다. 이 두 코스는 그가 1963년에 주한 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개발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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