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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작은 영웅이 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힘이 없는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책임, 나아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선(善)을 행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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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여행

트레킹의 로망 네팔 히말라야의 고도를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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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사진.jpg

글 유원균 발사체체계팀 수석연구원

 

루클라-공항.jpg

-네팔 루클라 공항 모습.

 

 

 

오랜 로망에의 도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외 유명산을 트레킹하고 싶은 로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로망이 강렬해 그동안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5m)를 비롯해 민족의 영산 백두산, 대만 옥산(3,952m), 일본 북알프스(3,190m), 말레이시아 키나발루(4,095m), 중국 사천성 따구냥산(5,038m) 등 많은 고산을 경험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구경하지 못한 것은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남아있었다.

해외 트레킹에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돈, 체력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영어) 능력과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탐구심도 있어야 한다. 늘 꿈꿔왔던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트레킹의 경우 산행 기간만 15일이 필요해 여름휴가 일주일로는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올해 20년 근속으로 얻은 7일의 휴가로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해외 트레킹의 설렘은 출발 전부터 시작된다. 도대체 내가 가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뒤져 트레킹 코스의 지도, 사진, 난이도, 주변 봉우리, 계절별 풍경 차이, 마을 및 이정표 등을 머릿속에 담아 놓는다. 눈을 감으면, 그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가는 곳마다 풍경이 펼쳐져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행 일정은 12박 13일, 트레킹 기간은 8박 9일로 결정되었다. 마침 진주 시내 동산산악회 동호인들과 동행하게 되어 외롭지 않은 산행이 되었다.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나름 국제공항인데 너무 초라해 코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하는 현지 가이드 덕에 다시 마음이 설렌다. 루클라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이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첫날에는 두드코시강을 따라가면서 곳곳에 설치된 라마불교 사원, 불탑, 마니차 등을 봤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어 피로감이 쌓이는 상황, 남체바자르 입구 구름다리를 지나고 나서 고도 700m를 오르자니 매우 피곤했다. 14km 구간을 8시간 걸어 이동하는 길, 보통 중간에 하루를 쉬고 이틀에 걸쳐 가는 일정을 서둘러 가다 보니 고단함을 느낄 법도 했다.

다음 날에는 아침 햇살에 빛나는 꽁데(높이 6,086m)를 바라보며 팡보체(고도 3,930m)까지 12.5km 구간을 이동했다. 이틀을 무리해서 걸었더니 체력은 바닥이 나고, 입맛도 떨어져서 저녁은 반도 먹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5일이 걸리는 코스를 단 이틀 만에 주파하려니 몸에 무리가 온 것이다. 이대로 강행군을 지속하다가는 몸이 못 견뎌서 포기할 것 같아 다음 날에는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딩보체까지 7km를 5시간 걸쳐 천천히 이동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어 저녁에는 롯지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고 가이드와 농담도 주고받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칼라파타르(앞,-5,550m)와-푸모리(뒤-7,165m).jpg

 

탐세르크와-캉데가를-배경으로.jpg

위에서 아래로 ) 1 히말라야 칼라파타르(앞 5,550m)와 푸모리(뒤 7,165m). / 2 탐세르크와 캉데가를 배경으로 유원균 수석연구원.

 

 

 

히말라야 영봉을 마음에 담다

탐세르크, 캉데가, 아마다블람, 다보체 등 6,000m급 봉우리들이 차례로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에 왔음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클라와 로부제를 거쳐 고락셉(고도 5,140m)까지 11km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섰다. 만약 고락셉까지 못 간다면 전체 일정이 어긋나고, 두 번째 목표인 촐라 패스(높이 5,330m)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7시간만에 고락셉에 도착해 첫 번째 목표 칼라파타르(높이 5,550m)를 탐방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청명한 하늘 아래 다보체, 촐라체, 로부체 이스트, 눕체 등 설산이 차례로 펼쳐졌다.

5일 차, 칼라파타르(높이 5,550m)를 오르는 날이다. 이미 오천 미터의 고지대를 넘어선 산행은 만만치 않았다. 휴식을 취하며 오르다 보니 한국의 산이라면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 거리를 가는 데 2시간 반이 걸렸다. 정상부에 거의 도착할 즈음, 에베레스트 위로 태양이 눈부시게 떠올랐다. 칼라파타르 바로 뒤편, 푸모리(높이 7,165m)가 우뚝 솟아 있고 양쪽으로 무수한 고봉이 이어진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가 있는 계곡에는 쿰부 빙하가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하산 길 내내 히말라야 영봉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담아두려 애를 썼다.

 

 

야크.jpg

 

다보체와-촐라체를-배경으로.jpg

 

위에서 아래로 ) 1 직접 본 야크의 늠름한 모습. / 2 다보체와 촐라체를 배경으로 찰칵.

 

 

 

촐라 패스, 하산, 그리고 기약

6일 차에는 촐라 패스로 향했다. 오후가 되면 바람이 거세지고 얼음이 햇볕에 녹아서 낙석이 발생하여 사고가 날 수 있어 일행은 새벽 일찍 출발을 감행해야 했다. 점점 경사가 심해지고 벼랑길이 이어졌다. 만약 국내 산처럼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무리해서 산을 오르면, 금방 고산증세가 찾아오고 현기증으로 쓰러지게 될 것이다.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힘든 급경사도 끝나기 마련일 것이다. 히말라야는 고비를 넘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내 벼랑길이 끝나고 일행 중 한 분이 빙하 위에서 웃통을 벗어 던지며 군대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나가던 외국인이 모두 ‘우, 우!’하며 환호성을 보냈다.

조금 가니 빙하 너머로 촐라 패스(높이 5,330m)가 보였다. 두 번째 목표가 바로 코앞이다. 편안한 기분으로 촐라 패스에서 주변 고봉들을 감상했다. 당락(고도 4,700m)으로 이어지는 하산 길은 종라에서 올라온 길보다 훨씬 경사가 심하고 길다. 9km 거리를 8시간 반 걸려서 이동했다. 그래도 오후 2시에 산행을 마쳐서 여유가 있고, 고소에 완전히 적응했다.

7일 차부터는 하산을 시작했다. 천천히 걸었건만, 하산 길이어서인지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점심 때까지 10km를 걷고, 2시경 돌레(고도 4,480m)에 도착했다. 시간과 체력이 여유가 있어서 계속 걸어 포르체탱가(고도 3,680m)까지 갔다. 롯지 안주인이 참치 김치찌개를 기가 막히게 끓여줘서, 오랜만에 느끼는 고향의 맛과 함께 소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했다.

8일 차에 남체바자르까지 하산해 9일 차, 산행의 마지막 날이 왔다. 처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코스였다. 첫날 봤던 벚꽃은 모두 지고, 그사이 초록 잎이 무성해져 있었다. 비록 사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는 아직 봄이 멀었지만, 네팔의 봄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사전에 공부했다지만, 몸으로 체험한 것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9일 만에 트레킹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 줄 알았다면, 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 냈을 것이므로 히말라야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르는 덕분에 무리한 계획을 세웠고, 이렇게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9일짜리 에베레스트 트레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다른 가이드에게 신기록을 자랑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네팔 가이드가 말했다.

여행사에 모든 일정을 맡긴다고 해도 그것을 자기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은 오롯이 개인의 몫일 것이다. 이번에 찍은 사진은 천여 장, 하나 하나 소중하지만 가장 멋진 180여 장을 골라 동영상을 만들었다. 좋은 팝송으로 배경음악도 깔았다. 함께 한 동산산악회의 인터넷 카페에도 올리고, 집에서는 TV로 감상하며 즐긴다. 여행의 여운을 계속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영상을 볼 때마다 다시 히말라야 산속에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언제 다시금 히말라야에 갈 수 있을까. 몇 년 후를 기약한다.

 

 

루클라-출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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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좌)-김옥칠(중)-최진용(우).jpg

위에서 아래로 ) 1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2,850m에 자리잡고 있는 루클라. / 2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을 준 가이드(좌)와 포터들. / 3 유원균 수석연구원(좌)과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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