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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하나의 목표를 향한 굳건한 믿음, 힘겨워도 웃을 수 있는 밝은 마음이야말로 시련을 이기고 내일에 도전하게 하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려 있는 법. ‘가능성’을 ‘가능’으로 만드는 긍정 에너지를 깨워, 성공과 행복에 한발 더 다가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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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ory

재미있고 즐겁게, 교토식 경영의 표본 호리바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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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벤처의 대부’라고 불리는 고(故) 호리바 마사오가 설립한 호리바제작소는 긍정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고 즐거운’ 기업문화라는 특유의 DNA를 일본 사회에 주입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의 세계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업의 독특한 문화 바탕에는 근로자를 중요한 재산으로 여기는 인재 중시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3대 사장이 된 창업자의 장남은 부친의 벤처 정신을 잃지 않으며 글로벌화에 대응한 새로운 도전으로 기업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 채희숙  일러스트 정대웅>

 


긍정 - 인사고과 평가서의 부정 항목 없애

 

『인사고과 평가서에 업무상 실수나 능력상 결점 등 직원의 부족한 면을 평가하도록 한 항목을 모두 없앴다. 대신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했는지 같은 긍정적 평가만을 적도록 했다. 그래도 비어 있는 칸에 부하 직원의 실패담을 잔뜩 적어 오는 상사가 있었다. 그는 “이것만은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부정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엄하게 꾸짖었으나, 평가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인사 시스템을 감점 없는 긍정 평가로 바꾸자 사내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지고 직원들의 태도는 전향적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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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회사원 인생을 생각해서’처럼 고매한 정신에 따라 그런 것이 아니다. 실패와 결점에 사로잡혀 그 직원의 재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면 회사가 손해이기 때문이다. 직원의 이용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극히 타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지난해 7월 14일, 91세를 일기로 작고한 호리바제작소 창업자 호리바 마사오(堀場雅夫) 최고 고문의 기고 중 일부다. ‘일본 벤처의 대부(代父)’라고 불리는 호리바 최고 고문은 벤처기업의 토양이 척박한 일본에서 이례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고, 긍정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고 즐거운(fun&joy)’ 기업문화라는 특유의 DNA를 일본 사회에 주입했다. 지금이야 ‘펀(fun) 경영’이 세계적인 트렌드이면서 기업 생존의 키워드가 되었지만, 호리바 최고 고문이 ‘재미있고 즐겁게(fun&joy)’를 사훈으로 정한 1971년만 해도 그는 엉뚱한 괴짜, 파격적인 경영인으로 유명했다.

 

 

 

벤처 정신 -  틈새시장 공략으로 성공 신화 써

 

호리바제작소(堀場製作所)는 자동차, 환경, 과학, 의료, 반도체 등과 관련된 계측·분석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교토시 미나미구의 본사를 중심으로 세계 26개국 39개 계열사에서 6,8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2015년 12월 기준 영업이익은 1,708억 9,800만 엔(1조 8,429억 원 정도)이다. 생산 제품 가운데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그 시작은 7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당시 교토대학 원자핵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호리바 마사오는 ‘호리바무선연구소’를 세우고 일본 육군에서 전파병기 개발 관련 기자재를 빌려 회로설계 연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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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1호 대학생 벤처기업인 셈이다. 첫 개발품은 정전 때 전구를 켜는 데 필요한 축전지였다. 당시 일본은 정전이 다반사였으므로 이 축전지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한 대학병원의 의뢰로 의료기기의 발진기 회로를 설계해본 호리바무선연구소는 1950년 비료의 pH값 계측에 사용할 수 있는 산성도 측정기(pH미터)를 개발했고, 유리전극을 활용한 이 측정기가 큰 호평을 받자 1953년 1월 호리바제작소를 설립했다. 이후 호리바제작소는 대기업과 정면승부를 펼치지 않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성공 신화를 이어갔다. 1963년 심폐기능 측정기 개발에 성공했고, 이어 배기가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흐름을 파악해 심폐기능 측정기를 개조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를 만들었다. 애완동물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해 소형 애완동물용 혈당 측정기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열이 났을 때 인플루엔자인지 세균 감염인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는 ‘자동염증진단 CRP’ 측정 장치는 세계시장 점유율 100%를 자랑한다. 자사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틈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실하게 지켜나가는 전략을 펼쳐온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학습용 방사능 검출기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조해 판매량을 학습용보다 470배 늘렸다. 나아가 방사능 검출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해 소비자들이 ‘나만의 방사능지도’를 만들 수 있게 했다.

 

 

 

동기 부여 - 회사생활을 재미있고 즐겁게

 

오사카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 1971년 호리바 마사오는 ‘재미있고 즐겁게(fun&joy)’를 사훈으로 정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너무 심해 7년 뒤인 1978년 그가 사장직에서 물러나 회장으로 취임할 때에야 겨우 정식 사훈으로 채택되었다. 회사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선물로 임원들이 승낙한 것이다. 호리바제작소 본사에 가면 엘리베이터 문에서부터 자판기 종이컵까지, 식당, 연수실 등 임직원의 발길이 드나드는 곳이라면 예외 없이 ‘펀 앤 조이(fun&joy)’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임직원이 ‘재미있고 즐겁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회사는 ‘재미있고 즐거운’ 무대를 제공하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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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무대가 되기 위한 호리바의 제도 중 대표적인 것으로 ‘블랙잭 프로젝트’가 있다. 1997년부터 운영해온 사내 제안제도(업무 개선활동)로, 일하기 좋은 업무 환경 만들기를 근로자 스스로 제안하는 것이다. 사내 통신망에 제안 내용을 올리고 실천하면 된다. 괜찮은 안건이면 자발적인 참여로 팀이 꾸려지고 제안대로 개선 과정을 거친다. 제안자가 팀장 역할을 수행하기에 신입사원의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성과가 좋은 팀에게는 상장과 함께 명예를 부여함으로써 참여도를 높였다. 블랙잭 프로젝트의 결과는 다양하게 실천되었다.

 

미국에서는 재활용 촉진 활동과 점심 도시락 지참 미팅 등이 회사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휴식 시간에 체조를 실시해 몸을 편안히 하고, 한국에서는 공장을 쇼룸처럼 꾸며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섰다. 프로젝트 활동 상황은 사내 통신망에 모두 공개되고, 누구나 언제든 댓글로 평가할 수 있다. 제안발표회는 월 1회 개최되며 사장이 직접 참여한다. 연 1회 ‘블랙잭 어워드 월드컵’에 지역 대표로 참가해 다른 나라 지점들과 경쟁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사내 여론조사에서 70%의 직원이 프로젝트가 업무로 연결된다고 대답했다.

 

직원들은 인사고과나 금전 보상이 아닌, 스스로의 동기 부여만으로도 충분히 움직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과다. 창업 이래 지속되어온 월별 생일잔치에는 중간관리자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임원과 생일을 맞은 100여 명의 직원들이 직접 만나 회사의 경영 현안부터 자기계발 방법까지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공유한다. 사장은 참석자 중 가장 어린 직원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공연 티켓부터 미소시루(일본 된장국) 3봉지와 같이 재미있는 경품 추첨도 한다. 잔치가 끝나면 사장과 임원들이 한 줄로 서서 자리를 떠나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임원들이 진심으로 직원 한 명 한 명을 ‘대접’해준다는 느낌이 중요한 자리이다 보니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 지역 직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인재 중시 - 근로자는 재화가 아닌 재산

 

호리바제작소에는 ‘호리바 커뮤니티’라는 별도의 주식회사가 있다. 1978년 노사가 뜻을 모아 사원주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전담한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채소 구매부터 여행 예약까지 싼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직원도 경영자도 모두 주주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노사가 대립하는 일이 거의 없다. 제도의 기본 이념은 긍정, 능동, 인재 중시다. 회사는 근로자를 생산 요소인 재화(財貨)로 보지 않고 중요한 재산(財産)으로 여긴다. 호리바제작소는 일단 뽑은 직원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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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경영위기가 있었지만 인원을 감축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규 인력을 뽑아 고용 불안을 떨쳤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분야 사업이 악화되었을 때는 전환 배치와 시간 단축으로 해고 압박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때도 사업 규모를 키우기보다 인재와 원천기술 확보를 우선으로 했다. 1996년의 프랑스 ABX(혈구계수장치), 1997년의 프랑스 죠반 이온(jobin-yvon, 분광측정기기),2005년의 독일 칼 솅크(Carl Schenck, 자동차 계측사업) 인수가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세 회사 모두 호리바제작소에 인수해 달라고 먼저 제안해서 M&A가 이루어졌다. 납품이나 합작 등으로 함께 일해 본 회사들이 호리바제작소의 기업문화에 반해 자회사로 편입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호리바제작소는 “우리가 확보할 수 없는 우수한 두뇌를 그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라면서 그 재산으로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원 컴퍼니 - 전 세계를 하나의 기업문화로

 

1961년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1963년 심폐기능 측정기를 개발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때 호리바 마사오는 일본 통상산업성(현재 경제산업성) 산하 연구기관 직원으로부터 “심폐기능 측정 기술을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에 응용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더러운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데 쓰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얼마 후 공장을 둘러보던 호리바 사장은 한 직원이 심폐기능 측정기를 배기가스 측정기로 개조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사장이 거절한 연구를 몰래 숨어서 하다니, 당장 그만둬!”라고 말했더니, 그 사원은 “왜 사원이 하고 싶어 하는 연구를 못하게 하죠?”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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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힌 호리바 사장은 연구를 허락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그렇지 않으면 연봉을 깎을 거야.” 이렇게 개발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가 지금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사장에게 지지 않고 제품을 개발한 오우라 마사히로는 1978년 호리바제작소의 2대 사장이 되었다. 1992년 3대 사장으로 취임한 호리바 마사오의 장남 호리바 아쯔시(堀場 厚)는 부친의 벤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글로벌화에 대응한 새로운 도전으로 기업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개성 있는 경영 철학과 카리스마로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거듭하는 교토식 경영이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기업문화 아래 전 세계 계열사가 뭉치는 ‘원 컴퍼니(one company)’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그는 마음속에 늘 부친이 즐겨 쓰던 말을 새긴다.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재미있게 일하거나!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이 두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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