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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지배하면,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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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남경주>​

 

가을이 왔다는 것은 다른 말로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과 같다. 청량하게 푸르른 하늘 아래를 걷고 있자면 가을에 안긴 연기는 기본, 춤과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실력파지만, 요즘도 콜타임 2시간 전에 연습실에 도착해 대본 연습에 들어가는 남경주를 보면 열정이 동반되지 않는 실력은 무한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1984년 ‘춘향전’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척박했던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일구며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인간 냄새가 나는 따뜻한 내용, 세상을 통쾌하면서 세련되게 풍자한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뮤지컬도 기업도 혼자 끌어가는 게 아니므로 이해와 화합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KAI인이 되기 바란다”고 응원한다. 

 

<글 채희숙  / 사진 정준택>

 

 

30년 넘게 지속된 열정과 성실이 빚어낸 신뢰​

 

지금 한국은 15년간 고속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뮤지컬의 전성시대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허와 실도 크겠지만, 시장 규모가 4,000억 원에 이르러 뮤지컬이 생활 속 문화가 되었다는 점은 향유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보통 사람이 몰리는 뮤지컬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할 때 기준이 되는 요소 중 하나가 ‘남경주’라는 배우다. 그의 존재감은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아이돌 스타의 한시적인 인기와는 무게가 다르다. ‘믿고 보는’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 남경주에 대한 관객의 신뢰는 30년 넘게 입증된 그의 열정과 성실이 빚어낸 산물이다.

 

연기는 기본, 춤과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실력파지만, 성실을 능가하는 재능 혹은 열정이 동반되지 않는 실력은 무한할 수 없음을 남경주를 보면 느끼게 된다. 그는 요즘도 콜타임 2시간 전에 연습실에 도착, 대본 연습 및 몸 풀기에 들어간다. 연습실에 일찍 와야 다른 일들을 싹 지워버리고 공연에만 몰입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도 바로 장면 연습에 들어갈 수 있는 요즘 친구들과 달리 저는 진공관처럼 예열이 필요한 아날로그 배우라서 그렇답니다. 사실 연습이 공연보다 더 중요해요.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이 도와주는 측면도 있어 어떻게든 진행되지만,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면 좋은 공연이 나오기 어려워요.”

그런 열정을 무대에만 쏟아온 배우이니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교 때 영화과 조교의 권유로 아르바이트 삼아 단역에 출연했던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작가와의 친분으로 함께 했던 TV 드라마 ‘신비의 거울 속으로’는 뮤지컬 이외의 장르에서 남경주를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뮤지컬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도 정말 좋은 뮤지컬 영화를 찍는다면 출연하고 싶어요. 음악적인 감각이 있고 삶을 관조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좋겠네요.”

 

 

척박했던 한국 뮤지컬 시장 일구고 함께 성장

 

그가 뮤지컬 배우가 된 데는 친형인 남경읍 배우의 영향이 컸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형 덕분에 어린 시절을 음악 속에서 살았다. 중학교 때 형이 만든 성탄절 특별공연 뮤지컬에 출연해 무대의 매력과 관객의 환호를 처음 체험했고, 그때부터 ‘춤추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연기하고 싶다’고 끄적이며 뮤지컬 배우를 꿈꾸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선택할 때 이미 사람들에게 모든 재능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무용과, 음악과 수업도 들으면서 차근차근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했다. 대학생 때인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1984년 ‘춘향전’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1990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이름을 알린 뒤 ‘렌트’ ‘사랑은 비를 타고’ ‘싱잉 인 더 레인’ ‘위키드’ ‘브로드웨이 42번가’ ‘삼총사’ ‘아이 러브 유’ ‘키스 미 케이트’ ‘맘마미아’ ‘시카고’ ‘에비타’ ‘가스펠’ ‘넥스트 투 노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 출연하며 척박했던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일구고 함께 성장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정식 라이선스 절차 없이 작품을 베껴 공연하는 일이 많았고,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무대 세트는 무너질 듯 아슬아슬 불안했다. 배우들이 직접 세트를 나르고 분장도 알아서 하고, 홍보까지 나서서 했다. 마이크가 부족해 노래를 더 잘하는 배우에게 마이크를 주고 다른 배우들은 그 배우 가까이로 이동해 고개를 들이대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힘들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구르고 부딪히고 땀 흘리며 무언가를 찾아가는 일이 즐거워 계속하다 보니 젊은 시절이 다 흘러버렸다. 그 시절의 경험은 공간을 파악하고 조명의 쓰임새를 꿰뚫는 자양분이 되었고, 그렇게 뮤지컬 1세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산 역사이기도 한 그에게는 작품 하나하나가 다 각별하고 소중하지만 ‘아이 러브 유’와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특별한 애정이 담겨 있다.

 

2004년에 공연한 ‘아이 러브 유’는 극장에 예비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지금의 아내를 초대해 프러포즈했던 작품. 사랑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묶은 레뷰(Revue) 뮤지컬로 흥행에 성공하며 2년 가까이 공연한 남경주의 최장기 출연작이다.

 

1996년 정식 라이선스로 국내 초연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4회 출연한 작품이라 더욱 친근하다. 1996년과 1997년에는 젊은 안무가 ‘앤디 리’ 역으로, 2013년과 2014년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전해 나간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란한 탭댄스까지 선보여 ‘발 연기의 신’이라는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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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남경주>​

 

이해와 화합으로 최고의 KAI인이 되길

 

남경주가 출연작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본이 최우선이다. 읽었을 때 공감이 가는 내용을 선택해 오디션을 보고 음역대가 맞는 배역을 고른다. 결핍이나 고뇌 등 인간 냄새가 나는 따뜻한 내용, 세상을 통쾌하면서 세련되게 풍자한 내용을 좋아한다.

 

지금 공연 중인 ‘오! 캐롤’은 ‘LP판으로 소리를 듣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전하는 따뜻함’에 이끌렸다. 로맨티스트 허비로 분해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주옥 같은 히트팝을 부르며 전수경과 호흡 맞춰 아재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한 여인을 20년 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무명의 코미디언 출신 쇼무대 MC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 생각하며 산다.

 

작품에 대한 명확한 신념과 기준을 갖고 있다 보니 스스로의 기준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배움과 탐구에도 적극적이다.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이유도 연기 전문 지식 이외의 영역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철학책은 죽음과 시간 같은 주제를 사유하며 인생을 멀리 볼 수 있게 해주고, 소설책은 상상력을 높이는 자양분이 된다. 고전은 우리가 담아낼 수 있는 인물과 사건을 총망라해 큰 공부가 된다.

 

연출, 제작에 대한 욕심도 있다. 1995년에는 형 남경읍 배우와 공동창작한 ‘사랑은 비를 타고’에, 2010년에는 탤런트 박상원 씨와 동업한 ‘레인맨’에 배우 겸 제작자로 참여했고, 2015년에는 NC소프트가 게임 캐릭터로 만든 ‘묵화마녀 진서연’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지금도 20년 이상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둔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현재는 배우에 더 몰두하고 싶다.

 

“수없이 많은 공연을 하다 보면 능숙한 기계처럼 연기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깨어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익숙하게 몸에 밴 몸짓 대신 새로운 자세를 시도하는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배우는 정체되면 안 됩니다.”

 

남경주는 무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요즘 후배들을 보면 힘들고 안타깝다. 연극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혹은 뮤지컬 무대 위에서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순간을 지배하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KAI 가족들에게도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한순간 한순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더 삶의 비밀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 직장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보여주거나 소유하려 욕심내기보다는 주어진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러면 인생도 스스로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혼돈의 시대. 우리는 우리가 신뢰하는 배우의 말을 경청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 끌어가는 공연이 아닙니다. 스타 배우가 있더라도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좋은 공연이 완성될 수 없지요. 그래서 서로의 교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신뢰와 화합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KAI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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