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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위대한 조종사 척 예거 (1923. 2. 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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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항공인 척 예거_메인.jpg

<최초의 음속돌파 기록을 세운 척 예거와 벨 X-1.>

 

본 칼럼은 항공역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항공인들의 삶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역사 속 항공人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는 인류 최초로 음속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전설적인 조종사 척 예거1)(Chuck Yeager)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본 칼럼에서 조종사로서는 처음으로 KAI 사우들과 만나게 되었네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오늘날까지 많은 분에게 제가 회자되는 이유는 1945년 10월 14일 인류 최초로 초속 340m인 음속을 돌파한 조종사라는 타이틀 때문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기록이 가능케 한 벨의 X-1 시험기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면 안 될 듯합니다. 지금이야 제트엔진이 너무나 많이 발달했지만 당시 사람이 탄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한다는 것은 이론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죠.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2차 세계대전 전장은 프로펠러기들이 지배했던 시절이니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제가 X-1으로 음속을 돌파하기 이전에 음속을 돌파한 항공기, 즉 마하 1 이상을 기록한 항공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급강하비행을 통해 F-86 세이버 전투기가 마하 1 이상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음속 비행은 수평 항속 비행이므로 많은 분이 그 가치를 인정해 오늘날까지 저를 위대한 기록을 세운 조종사로 기억해주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원래 조종사가 꿈이었나요?

 

A.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저는 육군항공대에 정비병으로 입대했습니다. 학력이 고졸이어서 조종사 지원 자격이 되질 않았어요. 그러다 제가 입대하고 얼마 후에 육군항공대가 육군으로부터 독립하고 전쟁이 격화되자 조종사 소요가 크게 늘면서 기회가 왔습니다. 제겐 행운이었어요.

 

그 당시에 시력이 무척이나 좋아서 조종훈련생 과정에 입과할 수 있었는데 이때 제가 비행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943년 10월에 조종부사관으로 임관해 P-39로 제 비행커리어를 시작했고, 영국 본토 항공전 지원차 영국에 가서는 P-51 머스탱을 탔어요. P-51을 탈 때부터 그때 저의 여자친구이자 아내가 된 글레니스(Glennis)의 이름을 ‘매력적인(Glamorous)’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기수에 쓰고 다녔지요. 물론 X-1으로 세계 최초의 음속 돌파 신기록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고요.

 

 

 

Q. 2차 세계대전은 예거 씨 인생의 크나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더군요. 몇 가지를 회상해 주신다면요?

 

A. 저는 전쟁 중 11.52)대의 적기를 격추했는데, 비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 격추 스코어도, 종전 후 저의 커리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1대의 적기를 격추한 이후 프랑스에서 격추당했는데 당시 프랑스 내의 나치 저항조직이었던 레지스탕스의 도움으로 포로가 되지 않고 무사히 귀환했어요. 그런데 당시 규정에 레지스탕스와 접촉했던 조종사는 나중에 다시 격추돼 포로가 되면 레지스탕스에 대해 발설할 위험이 있어 전투비행 임무에 재투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지요. 전 당시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에게 직접 청원을 해서 향후 다시 격추되어 포로가 될 상황이면 자결한다는 서약을 했습니다. 결연한 의지를 높게 평가했는지 아이젠하워 장군은 제 일선 복귀를 승인했고, 저는 전투비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제 기량을 만개시킬 수 있었고 1944년 10월 12일에는 하루에 5대를 격추해 하루 만에 에이스 칭호를 받기도 했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건 바로 세계 최초의 실용 제트전투기였던 독일 나치의 메서슈미트 Me262 1대를 격추시켰다는 것이죠. 물론 나치가 패망해 가던 전쟁 말기였기 때문에 Me262의 운용상태가 썩 좋지 않은 시기였긴 하지만 종전 후 제트전투기와 큰 인연을 맺게 되어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네요. 아무튼 종전 직전에 대위로 진급했는데, 한낱 사병으로 입대해 1969년 준장으로까지 진급하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 2차 세계대전이니 여러모로 저에게는 인생에 크나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Q. 종전 후 테스트 파일럿으로서 대단히 큰 발자취를 많이 남겼습니다. 인터뷰 초반에 잠깐 언급해 주셨지만 X-1으로 음속을 돌파한 기록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A. 비행기 조종이 좋아서 종전 후 군에 남았고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테스트 파일럿으로서 커리어를 이어갔어요. 이건 잘 알려진 얘기는 아닌데 사실 X-1에 의한 최초의 음속 비행은 제 몫이 아니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음속 비행은 전례 없던 것이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음속 돌파 시 발생하는 충격파(소닉붐)가 기체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죠. 그 때문에 X-1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체든 저의 목숨이든 무사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만큼 비행에 대한 부담은 너무나 컸어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던지 당시 벨의 테스트 파일럿이 비행에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막대한 수당을 요구하자 공군에서 저에게 비행 임무를 맡겼어요.

 

제가 그 임무에 투입될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던 데다가 시험비행 이틀 전, 말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두 개나 부러진 상태였지요. 인류사에 남을 비행인데 부상 때문에 비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부상 사실을 숨기고 X-1에 올랐죠. 그리고 결국 모하비 사막 13,700m 상공에서 마하 1.07을 기록해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습니다.

 

 

역사속 항공인 척 예거_사진1.jpg

<2012년 10월 14일 X-1의 음속 돌파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척 예거는 F-15D의 후방석에 타고 음속을 돌파하는 비행을 했다.>

 

Q. 정말 비행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군요. X-1에 의한 음속 돌파 외에 또 다른 기록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나요? 그 이후의 삶에 대해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A. 최초의 음속 돌파 기록이 너무 도드라져서 다른 기록이 좀 묻히는 감이 있네요. 1953년 북한의 노금석 소위가 당시에는 최신예기였던 MiG-15를 타고 김포 공군기지로 귀순한 일이 있었지요. 그 기체는 성능 분석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보내졌는데 저는 이 MiG-15의 분석을 위해 오키나와로 파견된 두 명의 조종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즉 세계 최초로 MiG-15를 조종한 미군 조종사 중 한 사람이 된 것이죠.

 

또한 저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 그리고 미 공군에서 처음으로 마하 2의 벽을 깨기도 했습니다. 미 해군에서 D-558-II 시험기로 마하 2를 세계 최초로 돌파하자 미 공군에서 경쟁적으로 그 기록을 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전 동료 테스트 파일럿과 함께 마하 2 돌파를 위해 X-1을 특별히 개조한 X-1A를 조종해 1953년 12월 12일 마하 2.44를 달성했죠.

 

 

 

Q. 2012년 90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F-15를 타고 또다시 음속을 돌파하는 기념 비행을 하셨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위해서였을까요? 마지막으로 KAI 사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X-1의 음속돌파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 공군에서 준비한 특별한 비행이었습니다. 비행기도 달라졌고 제 몸도 노쇠했지만 1947년 10월 14일 X-1을 타고 음속을 돌파했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이번 기념비행도 정확히 2012년 10월 14일에 이루어졌죠. 끊임없이 정진하고 자기 일에 헌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성과는 반드시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에 기록된 저의 특별한 비행들이 KAI 사우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랍니다.

 


1) 척 예거의 본명은 Charles Elwood Yeager이며 흔히 불리는 척(Chuck)은 별칭이다.

2) 혼란한 전투상황으로 누가 적기를 격추했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임무를 함께 수행한 편대에 0.5대씩 분배하는 당시 기록 규정에 따라 11대+0.5대, 즉 11.5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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