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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전익기 개발의 선구자 잭 노스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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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노스롭은 미국 전익기 개발사 그 자체다.>

 

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의 주인공으로는 세계적인 방위산업체 노스롭(Northrop)1)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초의 실용 전익기(Flying Wing)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폭격기 개발의 초석을 다진 전익기 개발의 선구자 잭 노스롭2)(Jack Northrop)(1895. 11. 10. ~ 1981. 2. 18.)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전익기=잭 노스롭’이라는 공식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전익기 개발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기셨습니다. 그토록 전익기에 몰두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A. 공기역학적 측면에서만 봤을 때 미익이 붙는 항공기의 후미부(Empennage)3)는 항력을 발생시키기만 하는 구조물이죠. 양력을 발생시키는 주익에 모조리 합쳐버릴 수만 있다면 최상의 항력 효율을 얻게 됩니다. 당시에는 엔진의 효율이 높지 못했기 때문에 항력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고, 결국 미래를 이끌 최적의 형상은 전익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뒤늦게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최고의 피탐지성까지 갖는 것으로 판명됐으니 제 믿음은 더더욱 공고해졌습니다.

 

 

 

Q. 회사를 설립하신 건 전익기 개발을 위해서였나요?

 

A. 노스롭이 설립된 것은 1939년이지만 제가 세운 첫 회사는 에비온(Avion Corporation)입니다. 저는 1916년 록히드의 도면설계자로 일하면서 업계에 입문했고 더글러스(Douglas Aircraft Company)와 록히드에서 경력을 쌓았어요. 원래 항공기 설계에 관심이 남달랐는데 전익기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퇴사하고 제 회사를 만들었어요. 저의 첫 전익기는 1940년에 처음 비행한 N-1M이었는데, 전익기의 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자신감이 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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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롭이 개발한 전익기들. (아래부터) N-1M, XB-35, YB-49, N-9M>

 

Q. 꼬리 날개가 없으니 비행성능이나 조종성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어떻게 군 당국의 주목을 받았지 궁금합니다.

 

A. 저의 개척정신에 시대가 화답을 해주는 듯했어요. N-1M이 첫 비행에 성공한 다음 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거든요. 전쟁이 격화되자 당시 미 육군항공대4)에서도 N-1M의 혁신적인 형상에 관심을 보였어요. 전익기는 어차피 기동성과는 거리가 먼 형상이지만 항속거리가 가장 중시되는 폭격기로서는 최적이었죠. 미국은 당시까지도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 않았지만 유럽 전장에서 최후의 보루였던 영국이 나치에 패배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면 본토에서 유럽을 직접 타격하는 폭격기의 존재가 절실해지는데, 이 때문에 군이 주목했던 것이 제 전익기 프로젝트였어요. 미 육군항공대는 이른바 10×10 폭격기 프로젝트5)를 제안했고, 저는 이를 수락하면서 1941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비행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기술실증기 개념의 기체를 먼저 만들어 안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N-1M의 크기를 크게 키우되 실제로 만들어지게 될 기체의 3분의 1 정도의 크기로 만든 N-9M 4대를 제작해 성능을 검증한 뒤 본격 시제기였던 XB-35 2대와 선행 양산형 격의 YB-35 13대를 만들었죠. 비록 XB-35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이었지만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시대의 요구 같았지요. “전익기 프로젝트를 빨리 완성해 미국의 안보에 기여해 달라”라고 말이죠.

 

 

 

Q. 노스롭 씨가 개발한 전익기 중 YB-49는 오늘날 B-2의 진정한 전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토록 시대에 부흥했던 프로젝트가 왜 좌절되었습니까?

 

A.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이미 항공산업계에는 제트화의 물결이 일고 있었죠. 그래서 YB-35 2대를 제트엔진으로 바꾸었고 1947년 10월 21일에 첫 비행에 성공했어요. 8대의 제트엔진을 장착한 YB-49의 성공적인 비행으로 제 꿈이 실현되는 듯싶었지요.

하지만 N-9M부터 불거진 불안정한 조종성 문제가 YB-49에서 터지고 말았어요. 전폭 52m에 최대이륙중량 88톤의 초대형 기체가 된 YB-49에 이르니 새로 장착한 제트엔진과의 부조화와 겹쳐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했던 조종성이 더 나빠졌죠. 개발비까지 치솟으면서 국방부 내부에서 개발을 취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졌습니다. 결국, 1948년 6월 5일 시험비행 중 추락해 승무원 5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져 프로젝트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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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10월 21일 첫 비행 순간의 YB-49. 40여 년 뒤 등장한 B-2는 YB-49와 전폭이 같다. B-2 개발에 초석을 놓은 YB-49를 기리기 위한 설계다.>

 

Q. YB-49 추락사고로 힘든 시간을 겪으셨겠네요.

 

A.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YB-49를 정찰형으로 개조한 YRB-49 등 전익기의 잠재력을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1950년 모든 전익기 프로그램은 취소됐습니다. 게다가 전익기의 레이더 피탐지 특성이 극비에 부쳐져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취소된 이상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단 1대도 남기지 않고 남아있던 시제기 모두 폐기 처분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결국 저는 깊은 회의감을 안고 업계에서 은퇴했습니다. 시대를 앞선 개척자들이 겪는 시련이라고 자신을 위로했지만 평생을 바쳤던 전익기가 그렇게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은 더는 제가 업계에 남아 무언가를 더 이루어내야 한다는 최소한의 희망마저 사라지게 했죠.

 

 

 

Q. 노스롭이 B-2 개발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을 때 B-2의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시지 않았나요?

 

A. 기본적으로 YB-49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나 설계자들이 B-2 개발 당시에는 거의 남아있지도 않았어요. 많은 분이 고맙게도 YB-49가 B-2의 전신이라고 평가해주시고 계십니다. 그러나 전익기의 형상을 공유하는 점을 제외하면 YB-49와 B-2는 기술적으로 연관성이 거의 없습니다. YB-49의 개발이 취소되었을 때 관련 기술과 데이터들 역시 모두 폐기처분이 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B-2 개발팀에게 YB-49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록히드의 스컹크 웍스6)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뛰어난 항공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그 이상이 필요하죠. B-2 프로젝트 설계책임자였던 존 캐션(John Cashen)은 저의 개척정신과 YB-49를 기리기 위해 B-2의 전폭을 YB-49와 동일한 52m로 설계해 주었습니다.

캐션은 제 임종 직전 B-2의 초기 스케일 모델을 보여주었어요. 그 모델을 보고서야 하나님이 나를 지난 25년간 왜 살아있게 했는지 알겠다 싶더군요.7) 1988년 롤아웃한 B-2의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커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기 중 하나인 B-2의 초석을 다졌다는 사실, 그리고 후대의 많은 사람이 저를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느낍니다.

 

 


1) 현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의 전신.

2) 그의 이름은 본래 John Knudsen Northrop인데 이름과 미들네임을 붙여 Jack이란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3) 수평미익과 수직미익을 포함한 항공기의 꼬리 부분.

4) 공군의 전신.

5) 10,000lb(4.5톤)의 폭탄탑재량과 10,000mile(16,000km)의 항속 거리를 갖는 폭격기 개발계획.

6) 천재 엔지니어 켈리 존슨이 이끈 록히드의 사내 특수연구개발조직으로 U-2, SR-71, F-117 등 시대를 뛰어넘는 항공기를 만들어 냈다. 스컹크 웍스는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스텔스성이 뛰어난 F-117의 확장판 격의 기체로 노스롭과 경쟁했지만 패배했다.

7) 실제로 그가 남긴 말은 “Now I know why God has kept me alive over the past twenty-five years”이다. 노스롭이 실제로 이 말을 남겼는지 진위에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실제로 그 말을 들은 캐션이 노스롭의 말을 전하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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