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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대한민국 창공을 최초로 비행한 청년 비행사 안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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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공을 최초로 비행한 청년 비행사 안창남>

 

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의 주인공으로는 대한민국 하늘을 최초로1) 비행함으로써 일제 식민지 시절 국민과 재외 교포들에게 자유와 희망을 보여준 비행사 안창남(1901. 3. 19. ~ 1930. 4. 2.)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역사 속 항공人’ 칼럼에서 모신 첫 한국인이 되셨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 하늘을 최초로 비행하는 역사적 발자취를 남기셨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A. 감개무량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여의도에서 첫 비행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1922년 12월 10일이었죠. 행사를 주최해 준 동아일보에서는 ‘안창남 모국방문 대비행회’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이 행사는 두 달 전부터 동아일보에 대대적으로 홍보가 된 덕분에 제 비행을 보기 위해 5만여 명이 운집했어요.

제 애기(愛機)는 1인승 단발쌍엽기인 영국의 뉴포트 15형에 ‘금강호(金剛號)’라 이름 붙인 비행기였죠. 당시 일제의 식민통치 시절이라 금강호에 태극문양을 그릴 수 없어 대신 한반도 모양의 마크를 주익 상면 양쪽에 그려 넣었지요. 금강호를 분해한 뒤 배에 실어 일본 요코스카항에서 인천항으로 옮겼어요. 비행 당일 날씨가 영하를 크게 밑돌아 너무 추웠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비행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죠. 주최 측은 안전을 문제로 비행을 만류했지만 제 비행을 보기 위해 운집한 수만 명의 군중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죠. 여의도 비행장을 이륙해 남산과 창덕궁까지 갔다가 여의도로 돌아오는 비행코스였는데, 13분과 5분 총 2번의 비행을 무사히 마쳤지요.

 

 

Q. 시대를 초월할 정도로 비행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비행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부모님을 어린 나이에 여의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제 삶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죠. 바로 미국의 민간 곡예비행사 아트 스미스(Art Smith)의 비행을 본 것입니다. 스미스가 아시아 순방비행을 한 것이 1916년이었는데, 스미스가 용산에서 곡예비행을 하는 것을 보았죠. 그의 비행에 전 너무도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동시에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를 계기로 비행사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식민 통치 시대였던 우리나라에서 비행사가 될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갔기 때문에 일단 비행기를 공부하고 돈을 벌어야 했어요. 도쿄 아카바네 비행기제작소에서 비행기의 기계적 특성과 제조법을 배운 뒤 1920년 8월부터 오쿠리 비행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비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비행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비행교육은 6개월 과정이었는데 저는 3개월 만에 끝냈거든요.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에 비행면허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였는데 마침 학교 측에서 조교수직을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는 후진 양성하면서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이듬해 1921년 5월 정식 비행면허 시험이 생겨서 여기에 응시해서 합격하고 면허를 취득한 거죠. 17명이 응시했는데 그 중 유일한 한국인이 저였고, 합격자는 불과 2명이었어요. 저는 1등으로 합격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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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호(좌)와 금강호가 1922년 12월 10일 창덕궁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우)>

 

Q. 비행 기량이 대단했군요! 그럼 일본과 우리나라를 통틀어 비행 면허를 취득한 최초의 비행사 2인 중 1인이 되신 거군요?

 

A.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했죠. 이후 일본제국비행협회가 주최한 도쿄-오사카 간 왕복 우편 비행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그 뒤이어 열린 일본 전국민간비행경기대회에서도 입상에 성공했습니다.

 

 

Q. 여의도에서의 역사적인 비행을 마치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후진양성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는데 실제로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요?

 

A. 일제에 의해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던 시기였습니다. 식민지에 살며 고통받던 국민에게 저의 비행은 자유와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일본에 갔던 것도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열기를 보고 독립운동에 매진할지, 아니면 민족의 뒤처진 과학 분야를 신학문 개척을 통해 계몽운동을 펼칠지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한 것이었지요. 당연히 한국에서 비행학교를 세워 한국 청년들에게 비행술을 가르치는 것은 사명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비행기 한 대 없는 한국에서 저의 열망을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모금 활동을 통해 비행기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모금이 부진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단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죠. 그때의 비통한 심경을 한국의 유명 월간지 1923년 월간 <개벽>에 기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떨어지기 싫은 고국을 또 떠나서 나는 갑니다. 다시 만나 뵐 때까지 고국에 계신 여러 어른의 건강을 빌면서 나는 갑니다.”- ‘空中에서 본 京城과 仁川’ 中 (잡지 <개벽>, 원문 제공: 한국사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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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동하던 1923년 6월 22일 기체 고장으로 진흙밭에 추락한 뒤 빠져나온 안창남. 추락 지점으로 온 사진기자가 촬영하자 의연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다.>

 

Q. 그렇게 일본으로 귀국하셨다가 급거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매진하셨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요?

 

A. 일본에 머물던 한국인들에게 크나큰 비극이었던 관동대지진 때문이었습니다. 1923년 9월의 일이었지요. 지진으로 오쿠리 비행학교는 폐허가 되어 더는 비행교육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일제가 관동대지진의 피해를 재일교포들의 폭동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동포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나라 잃은 국민의 현실을 절절히 깨닫고 전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1925년 1월 중국 상해로 건너갔어요. 임시정부 인사들을 만나 중국에서 비행사를 양성해 항공 독립군을 결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당시 임시정부는 운영조차 어려움을 겪던 터라 저의 열망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지요.

일이 그렇게 되니 오히려 독립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지더군요. 직접 비행학교를 세우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중국을 통해 독립을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 남방혁명군 소속으로 활동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산서비행학교장 직책을 맡아 비행사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오직 도쿄를 폭격하는 원대한 꿈을 꾸며 비행사들을 교육시켰지요. 참으로 비통하게도 제가 29살이 되던 해인 1930년 4월 2일 교육 중 사고를 겪어 세상을 등지게 되면서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은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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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비행장 역사의 터널>

 

 

Q. 우리나라 항공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겨 후대의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고맙게도 우리 후손들이 제가 한국에서의 감격스러운 첫 비행을 했던 여의도에 저를 기리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의도 한강 공원에 ‘여의도 비행장 역사의 터널’이라고 이름 붙여진 터널에 저의 사진들과 제가 탔던 비행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 독립을 향한 희망의 빛으로 밝히고자 했던 저의 재능과 노력이 사우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1) 한반도 하늘을 최초로 난 사람은 안창남이지만 기록을 세계로 넓혀보면 안창남보다 6개월 앞서 비행에 성공한 한국인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 노백린 장군이 미래의 독립투쟁을 위한 청사진을 가지고 비행사를 양성하기 위해 독립군 활동을 했던 청년 중 6명(오임하, 이용근, 이용선, 이초, 장병훈, 한장호)을 선발하여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 민간인 비행학교에 입교해 비행교육을 받게 했다. 이들 청년 독립투사들은 안창남보다도 반년 이상 빠른 1920년 2월부터 비행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기록이 1990년대에 들어오고 나서야 발굴되면서 그간 한국 최초의 비행사로 알려졌던 안창남의 역사가 바뀌게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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