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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6·25 항공전을 이끈 빨간 마후라의 효시 김영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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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8월 15일 휴전 후 맞은 첫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한 축하비행 후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린 전투조종사 환영대회에 참석한 김영환 장군.(1921. 1. 8. ~ 1954. 3. 5.)>

 

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의 주인공으로는 6·25전쟁에서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단독 출격작전을 지휘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조종사들의 빨간 마후라를 통해 공군의 전설로 남아 있는 김영환 장군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공군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군인이자 조종사로 ‘역사 속 항공人’ 칼럼에 모셨습니다. 아마 역대 공군인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계신 분이 아닐까요?

 

A.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저는 6·25전쟁에서 우리 공군의 첫 단독출격작전이 벌어진 강릉전진기지 최초의 부대장이자 항공전 주력을 담당했던 제10전투비행단의 초대 단장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한 상징성 때문에 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6·25전쟁에서 우리 공군 최초의 전투기였던 F-51 머스탱의 조종사로 활약하셨습니다. 조종사로서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의 친형이 공군 초대 총참모장1) 김정렬 장군입니다. 일제 치하에 있던 제 청년 시절 일본 육군 항공대 조종사였던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조종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붉은 남작’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 항공대의 에이스인 리히트호펜을 동경하면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렇게 조종사의 꿈을 키워서 일본에서 조종 교육 과정을 밟았습니다.

 

 

Q. 귀국하신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나요?

 

A. 아닙니다. 일본에서 비행교육을 받다가 해방된 후 귀국했어요. 군복을 입은 뒤에는 당연히 우리 공군의 조종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제가 한국의 장교가 되는 유일한 길이었던 군사영어학교에 먼저 들어가 영어 실력을 쌓았어요. 이후 미군정 통위부2) 정보국장 대리에 보직되면서 항공부대 창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후에 한국 국방경비대에 공군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육군과 해군만을 창군했던 미군정청을 설득해 공군을 창설하는 일에 밑거름이 됐죠. 1948년 3월 미군정당국으로부터 조선경비대 경항공기부대 창설 승인이 떨어지자 저는 공군창설 7인 간부3)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공군 건설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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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1 비행 후 비행일지를 쓰는 김영환 장군의 모습>

 

Q. 6·25전쟁 발발 이후 공군은 전쟁을 치르면서 체계를 갖추는 과정을 동시에 해야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A.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받은 200대 넘는 항공기로 쳐들어왔는데 우리는 연락기 몇 대와 전쟁 직전 도입된 건국기 10대로 전쟁을 시작해야 했으니 사실 막막했죠. 다행히 전쟁 직후 F-51 머스탱을 빠르게 도입하고 F-51을 주력으로 하는 공군비행단을 창설했을 때 저는 참모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공군의 교육훈련과 전투를 함께했던 미국의 바우트-원(Bout-One) 임무부대장 딘 헤스(Dean E. Hess) 소령과 긴밀히 소통하며 북한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무엇보다 6·25전쟁에서 저 개인으로도 우리 공군사 측면에서도 1951년 9월 공군이 강릉전진기지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일은 공군전력 발전의 크나큰 디딤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강릉전진기지에서 공군 최초의 단독출격작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장군께서 공군사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요?

 

A. 그렇게 생각합니다. 1951년 7월 당시 동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던 국군 제1군단을 지원하기 위해 단독출격작전 준비계획이 수립됐는데 강릉기지(K-18)가 전진기지로 선정되었죠. 저는 그해 9월 당시 공군비행단 부단장 겸 제10전투비행전대장으로서 12대의 F-51을 이끌고 공군의 고향과도 같은 강릉기지의 터를 닦으며 역사적인 첫 단독출격작전을 준비했습니다.

그 벅찬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951년 10월 11일 오전 8시 55분 저는 1편대를 이끌고 역사적인 첫 단독출격작전을 위해 강릉기지를 이륙했지요. 그날로부터 38일 동안 총 494소티를 출격해 많은 전과를 올린 강릉전진부대의 빛나는 성과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이었어요. 강릉전진기지에서의 단독작전은 대한민국 공군이 하나의 독립된 전투단위부대로 UN 공군의 일부 작전 전역을 담당하여 최초로 실시한 작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김영환 장군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빨간 마후라입니다. 지금도 고등비행교육 수료식에서 공군참모총장이 새내기 조종사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목에 매어주는 빨간 마후라의 효시가 바로 김영환 장군이기 때문입니다.

 

A. 저의 상징적인 아이템이었던 빨간 마후라가 정예조종사로 다시 태어난 ‘보라매’들에게 공군의 수장이 직접 챙기는 의식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에 감개무량합니다. 아마 1951년 11월 즈음이었을 겁니다. 공군본부로 출장을 가는 길에 형4)의 자택에 잠시 들렀지요. 그때 형수인 이희재 여사가 입고 있던 고운 붉은 빛깔 치마를 보니 제가 청년 시절부터 흠모했던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형수에게 빨간 치마 빛깔이 좋으니 마후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그 마후라를 목에 두르기 시작했어요. 리히트호펜 스타일의 장교모와 장화를 즐겨 신던 저에게 빨간 마후라는 꽤 괜찮은 스타일링 아이템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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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1월 공군 준장으로 진급한 후 보임된 사천기지의 제1훈련비행단장 시절 김영환 장군의 모습. 1954년 3월 5일 강릉 제10전투비행단 창설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F-51을 조종하여 사천기지를 이륙했다가 동해안에서 악천후를 만나 항공기와 함께 실종돼 산화했다.>

 

 

Q. 개인적으로 착용했던 빨간 마후라를 모든 조종사가 착용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있었죠. 1953년 2월 15일 전대급에서 비행단급으로 승격 창설된 제10전투비행단의 초대 비행단장으로 보임됐을 때였습니다. 1953년은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전황이 소모전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던 때라 그만큼 항공기와 조종사 손실이 컸죠. 특히 사고로 지상에 떨어진 조종사를 찾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탐색구조 시 구조를 기다리는 조종사가 눈에 잘 띄도록 하는 방안을 참모진과 강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눈에 잘 띄는 빨간 마후라를 조종사들이 목에 두르도록 결정된 것입니다. 그 결정이 오늘날까지도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목에 빨간 마후라가 둘러지게 된 역사의 시발점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Q.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렇게 인터뷰를 했는데요, 사우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제가 세계적 수준의 항공력으로 성장한 우리 공군에 많은 유산을 남긴 전설적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에는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6·25 항공전에서 조국의 하늘을 지켰던 모두가 역사 속 항공인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1) 현 참모총장 격 직책.

2) 현 국방부.

3) 김영환, 김정렬, 박범집, 이근석, 이영무, 장덕창, 최용덕.

4) 당시 공군 총참모장 김정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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