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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헬기 개발 역사의 선구자 이고르 시코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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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의 주인공은 최초의 양산 헬기 R-4를 개발한 세계 헬리콥터 개발 역사의 선구자 이고르 시코르스키(1889. 5. 25. ~ 1972. 10. 26.)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라이트 형제의 1903년 최초의 고정익 동력 비행 성공 이후 새로운 비행기 형태인 헬기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셨습니다. 그토록 헬기에 애착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의 비행 소식을 들었을 때가 제 나이 14살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나 할까요? 항공인의 길을 걷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하게 한 사건이었지요. 물론 어릴 적부터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애와 그의 연구에 큰 관심을 가졌었죠. 그중에서도 현대적 헬기라는 개념에 큰 영향을 미쳤던 다 빈치의 상승비행이 가능한 수평 회전날개(Air Screw)는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고무 동력 모형 헬기를 만들어볼 정도였으니까요. 항공인의 꿈을 안고 키에프 공과대학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 과학이 실제로 항공기를 제작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파리 유학 등을 거치면서 실제로 헬기를 제 손으로 만들어보고자 생각했던 거죠.

 

 

Q. 시코르스키 씨의 초기 커리어를 보면, 고정익기 설계자로서 대단한 업적을 남기셨더군요. 고정익기 설계자로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한데, 어떤 뒷이야기가 숨어 있습니까?

 

A. 고정익기 설계에 뛰어든 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습니다. 저는 1909년부터 본격적으로 구할 수 있는 동력 기관과 자재를 모아 헬기 시제기들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나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습니다. 활주를 통해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고정익기와 달리 헬기는 바로 공중에 띄울 수 있는 만큼의 양력을 곧바로 동력 기관으로부터 얻어야 했습니다. 당시 저의 부족했던 경험과 기술력으로는 실용적인 헬기를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고정익기를 개발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제 성을 따서 이름 붙인 고정익기 S시리즈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1910년 6월 S-2가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저 역시 조종사 면허를 따서 시험비행을 직접 하는 등 경험과 노하우를 빠르게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S-6에 이르러서는 모스크바 항공전시회에서 우승하면서 러시아 육군항공대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Q. 사실 이번 칼럼에서 모신 시코르스키 씨를 헬기 개발의 선구자가 아닌 세계 최초의 4발 전략폭격기 일리야 무로메츠(Ilya Muromets) 개발자로 소개해드릴까도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이 역시 대단한 업적이었으니까요.

 

A.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에서조차 훌륭한 역사적 평가를 받으니 개인적으로 기쁜 일입니다. S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시제기마다 엔진의 신뢰성이 낮아 여러 번 추락하면서 죽을 고비도 몇 차례 넘겼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비행기 한 대에 다수의 엔진을 장착하면 어떨까?’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급진적인 사고였고, 특히나 4발 이상을 장착하는 일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부족한 추력을 보완하고 엔진의 낮은 신뢰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도 최적이었죠. 결국 이 생각은 저에게는 고정익기 설계가로 큰 성공의 발자취가 된 S-21 루스키 비티아즈(Russky Vityaz)의 개발로 이루어졌습니다. 1913년 5월 첫 비행에 성공한 루스키 비티아즈는 세계 최초의 4발 항공기로서 항공 역사에서는 여객기의 시초가 되었죠.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루스키 비티아즈를 기반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4발 전략폭격기 일리야 무로메츠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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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4발 전략폭격기 일리야 무로메츠.>

 

Q. 러시아에서는 고정익 설계가로 업적을 남기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1923년 시코르스키를 창립하면서 헬기 개발을 선도하셨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서 완전히 다른 항공기를 개발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례가 또 있을까요?

 

 

A. 1917년 발발한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가 혼란에 빠지고, 저 역시 온전히 항공기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도저히 되지 못해 결국 1919년 미국으로 이민했습니다. 이민자의 삶이 그렇듯 녹록지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함께 건너온 동료들과 힘을 합쳐 시코르스키1)를 창립했지요. 재정적으로 어려워 기술적 리스크가 컸던 헬기 개발에 바로 뛰어들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다양한 고정익기를 개발해 헬기 개발에 필요한 재정을 모았지요. 그때 개발하던 쌍발 수륙양용기 S-38은 큰 성공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저는 마침내 그토록 꿈꾸었던 헬기 개발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헬기 명가로 전 세계적 명성을 갖게 된 시코르스키는 그때까지만 해도 수륙양용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으니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Q. 세계 최초의 양산 헬기로 이름을 남긴 R-4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역시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으셨을 듯합니다.

 

A. 1939년 9월 14일은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입니다. 현대 헬리콥터로서는 서방에서 처음으로 띄운 헬기였던 VS-300의 첫 비행을 제 손으로 직접 조종해 성공한 날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헬기를 만들고, 또 공중에 띄웠다는 기쁨 때문만은 아닙니다. 새로운 방향성을 가진 훌륭한 공학 기술은 짧은 기간 동안 고무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2)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졌던 그러한 가치가 고정익기든, 헬기든 새로운 개발에 실패를 반복해도 두려움 없이 뛰어들게 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VS-300 이전에 다양한 형태의 회전익기가 공중에 뜬 적은 여러 차례였지만 실용화 측면에서 VS-300은 그 어떤 헬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를 지녔다고 자부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미 육군에서 VS-300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는 결국 세계 최초로 양산 헬기가 된 R-4로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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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헬리콥터의 시초가 된 VS-300.>

 

Q. 헬기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현대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항공기가 되었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듯합니다. 사우들에게 한 말씀 덧붙이신다면?

 

A. 사실 저 역시 VS-300 이후 헬기가 그토록 놀랄 만큼 발전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공격 무기로 쓰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죠. 저는 헬기의 가장 큰 가치는 인명 구조 활동에 투입될 때 찾을 수 있고, 이는 인류 비행 역사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이라고 믿습니다. 제 친구 린드버그가 저에 대해 사람들에게 전했던 말이 있더군요. 제 삶의 철학을 KAI 사우들에게 전하는 말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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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월 14일 첫 비행에 성공한 R-4. 정면에 보이는 조종사가 시코르스키다.>

 


1) Sikorsky Aircraft Corporation : 2015년 록히드 마틴에 합병.

2) 생전 회고 어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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