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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아낌없이 지원한다. 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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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윌리엄 맥나이트>

 

3M 직원은 근무 시간의 15%를 부서 업무 이외의 본인 연구 활동에 써야 한다는 15% 룰을 활용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회사는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한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해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문화는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디어는 없다’는 철학을 가진 3M의 대부 윌리엄 맥나이트가 만들어냈다.

 

글 채희숙 / 일러스트 레모

 

 

수많은 아이디어 히트 상품

1920년대에는 투톤 컬러 자동차가 유행이었다. 투톤 페인트칠은 먼저 바른 색을 종이로 가려 테이프로 붙여 놓고 다른 색을 발랐는데, 테이프의 접착력이 너무 강해 페인트가 마른 후 떼어내면 끈적함이 남거나 페인트까지 벗겨지는 일이 빈번했다.

미네소타대학교를 중퇴하고 3M 연구소에 취직한 리처드 드루는 신제품 연마포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차체 제작 공장을 방문했다가 테이프 자국을 다시 손보는 작업자들의 불만을 듣고 차체 보호용 테이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패를 거듭하는 드루에게 사장은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본래의 연마포 품질 개선 업무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지만, 이틀 만에 다시 실험실로 돌아간 드루는 2년 뒤인 1925년 부드럽고 끈적이지 않는 ‘마스킹 테이프’를 개발해냈다. 마스킹 테이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리처드 드루는 말단 사원에서 연구소 기술 부문장으로 승진했고, 또 다른 아이디어 실용화에 나섰다. 듀폰이 발명한 신소재인 셀로판을 이용해 투명 접착 테이프를 만들어낸 것이다. 1930년 스카치테이프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투명 테이프는 주고객으로 삼았던 포장업체들의 외면으로 초기 영업에 실패했지만, 대공황 시기의 가정에 널리 보급되었다. 장난감과 찢어진 책, 깨진 유리창을 붙이는 데 요긴했기 때문이다.

해리 헬쳐는 녹아 있는 유리를 옥상에 올라가 부어보니 비눗방울처럼 변하는 장난스러운 실험을 통해 ‘스카치라이트’라는 반사소재를 개발했고, 펫시 셔먼은 손에 들고 있던 실험 용액을 실수로 운동화에 떨어뜨렸다가 그 자리에 물이 흡수되지 않는 것을 보고 오염물질로부터 섬유를 보호해주는 ‘스카치가드’를 개발했다. 앤디 위더커크는 지하에 갇힌 33명의 칠레 광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지름 12cm 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초소형 프로젝터를 개발했다.

코반 압박붕대는 근육의 움직임을 극대화해 혈액순환을 돕고 종기나 궤양을 막는 기린의 피부에서, 방진 마스크는 여성용 수영복에 들어갈 통기성이 좋은 보형물을 개발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직원들의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제품화되어 시장에 출시되는 것이 3M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근무 시간 15%는 개인이 하고 싶은 일에 써

3M은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자리한 다국적기업으로, 사무용품, 통신, 의료, 기간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6만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02년 문을 열어 현재 500개 이상의 특허와 6만 개 이상의 개발품을 보유하고, 303억 달러(2015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3M의 상징적인 기업문화는 ‘아이디어 지원’이다. 3M의 모든 직원은 어떤 아이디어라도 회사에 제안할 수 있다. ‘말이 안 되어’ 보이는 아이디어일지라도 단 몇 명의 직원이 확신한다면 전략을 세워 상품화하도록 회사가 지원한다.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해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 실패도 하나의 학습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나쁜 아이디어(No Idea is Bad Idea)”라며 적극적으로 격려한다.

3M의 아이디어 지원 문화는 10%, 15%, 40% 룰에 따라 발전해 왔다. 최근 1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이 1년 매출의 10%를 차지해야 하는 10% 룰,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15%를 부서 업무 이외의 본인 연구 활동에 써야 하는 15% 룰, 최근 5년 이내에 출시한 제품이 1년 매출의 40%를 차지해야 하는 40% 룰이 그것이다.

15%의 시간에는 상급자의 허가나 간섭 없이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상급자가 중지시킨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해도 된다. 상사 몰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부트레깅(Bootlegging, 술병을 장화 목에 숨겨서 다닌다는 뜻)이라 부르는데, 경영학자들은 부트레깅이 3M을 혁신적인 신상품의 대명사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이런 기업문화는 3M의 대부로 불리는 윌리엄 맥나이트가 만들어냈다. 회사 창립 5년 후인 1907년 사서 보조로 입사한 맥나이트는 1929년에 사장이 되었고, 1949~1966년에는 회장을 지냈다.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디어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던 그는 1943년 자신이 고수하던 철학을 글로 적어 발표했는데, 이를 ‘맥나이트 정신’이라 부른다.

“매니저가 직원의 아이디어를 죽이면 안 된다. 모두가 자기 원하는 방식대로 일하고 싶어 하고 그래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인내심이 중요하다. 직원의 아이디어를 쳐내는 상사라면 매니저로서의 자격이 없다.”

맥나이트가 1949년에 만든 ‘15% 룰’은 제임스 맥너니 회장(2001~2005년) 때 폐지되었다가 조지 버클리 회장(2005~2012년) 때 부활했다.

 

 

 

‘칼튼 소사이어티’는 3M 명예의 전당

3M은 신제품, 신기술을 개발해낸 직원에 연구개발비를 충분히 지원할 뿐 아니라 명예도 부여한다. 판매·이익에 공헌한 제품을 개발한 팀에게는 ‘골든스텝상’, 연구자에게는 ‘기술 우수상’, 해외 신제품 개발팀에게는 ‘패스파인더상’, 획기적인 제품·사업을 창출한 직원에게는 ‘혁신가상’을 준다.

‘칼튼 소사이어티’ 제도는 3M 명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3M 최초의 연구개발 사업부장이자 이후 회장이 된 리처드 칼튼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표창은 동료의 추천과 회사에 대한 공적, 독창성, 윤리성을 종합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우선 승진 특혜와 장기근무 기회가 주어지는 이 상의 역대 수상자 중에는 포스트잇을 발명한 아서 프라이도 포함되어 있다.

115년 동안 대공황·오일쇼크·금융위기 등의 암초 앞에서도 R&D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3M은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거듭하며 남들이 만들 수 없는 것들을 선보여 왔다. 청소용 스펀지부터 책상용 조명, 치과 의료용품까지 지금 이 순간도 3M의 정신은 우리 일상 속에서 빛을 발하는 중이다.

휴렛팩커드(HP)의 창립자인 빌 휴렛은 존경하고 배울 만한 모델 기업으로 3M을 꼽으며 “3M이 무슨 상품을 가지고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3M조차도 그들이 무엇을 새로 개발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3M은 계속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이 고갈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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