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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군용기 명가의 영광을 이끈 제임스 S.맥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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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ʼ의 주인공은 미국의 군용기 명가 맥도널 더글러스의 창립자이자 걸작 항공기 F-4 팬텀과 F-15 이글을 개발한 설계가 제임스 스미스 맥도널(1899. 4. 9. ~ 1980. 8. 22.)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항공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관심 있는 분야라면 낱낱이 파헤쳐 호기심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강했어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만큼이요. 결코 만족이란 걸 몰랐죠. 어린 시절 과학에 관심을 보여 어머니께서 통신 장비와 기기 등을 갖고 놀게 해주셨지요.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해서는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였는데, 세상을 바꾸는 개척 정신을 실현하는 학문으로써 과학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죠. 그중에서도 이제 막 다양한 형태로 날아오르기 시작한 항공기는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MIT에 들어가 항공공학 석사 학위를 따면서 항공 분야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Q. MIT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항공업계에 바로 뛰어드신 건가요?


A. 아닙니다. 항공공학을 공부하면서 공학자로서 길을 가는 것만큼이나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자본가나 전문직 종사자가 되길 바라셨던 아버지는 항공 분야가 불확실성이 큰 진로였던 데다 미성숙한 기술로 만들어진 항공기를 타고 비행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조종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오히려 그것이 저를 항공 분야로 이끌었던 더 큰 자극제가 되었지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항공기를 느끼고, 또 알고 싶었어요. 조종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게 된 거죠. MIT에서 공부하는 동안 미국 유일의 예비군 ROTC 비행훈련 과정에 지원해 들어갔는데, 현역 출신이 아닌 민간인으로는 단 세 명만 입과를 허가받은 과정이었지요. 그중에 한 명이 저였던 거고, 그렇게 해서 1923년 9월 육군 항공 예비군 소위로 임관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명성을 떨쳤던 단발 복엽기 커티스(Curtiss)의 제니 시리즈를 조종하며 비행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여러 기동을 실제로 해보면서 항공기의 성능적 한계를 몸으로 느꼈어요. 게다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성능이 앞선 항공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니 좀 더 본질적인 욕구가 강해지더군요. 결국  항공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군에서 나와 항공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Q. 하루아침에 F-4 팬텀Ⅱ라는 걸작 전투기가 탄생했을 리 없겠지요. 그 위대한 진보의 첫걸음이 궁금합니다.


A. 다양한 항공기 제작사에서 경험을 쌓다가 1928년에 다른 2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J.S.맥도널&어소시에이츠(J.S.McDonnell&Associates)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계 대공황에 맞닥뜨리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고, 글렌 마틴(Glenn L. Martin Company)에 들어가 기회를 엿보았죠. 그 후 설립한 것이 바로 맥도널 더글러스의 전신이 된 맥도널(McDonnell Aircraft Corporation)입니다. 저는 제2차 세계대전 내내 거의 모든 업체가 당장의 수익성이 좋은 프로펠러 전투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제트 전투기 개발을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나름의 선견지명이 있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FH 팬텀을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1월 첫 비행에 성공시켰죠. 당시 맥도널은 새파란 신생 회사였지만 FH 팬텀은 미 해군 함상전투기 명가였던 그루먼(Grumman)과 보우트(Vought)의 기라성 같은 기체를 제치고 미 해군 최초의 함상제트전투기로 채택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FH 팬텀은 현역에 불과 2년밖에 머물러 있지 않았지만 무려 9,800대 이상 생산되면서 저의 인생과 맥도널의 초석이 된 전투기였죠. 시간이 흘러 제트기 시대의 전성기가 열리던 1958년 5월 제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F-4 팬텀Ⅱ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저도, 미 해군도, F-4에 팬텀이라는 이름을 다시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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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기 명가로서의 초석을 다진 FH 팬텀>

 

Q. F-4 팬텀Ⅱ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투기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요. 그 외에 더글러스 씨 역시 인생작이라고 말씀하신 F-4는 맥도널 더글러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A. 맥도널은 FH 팬텀을 시작으로 미 해군 전투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그런데 F-4는 미 해군에서 채용되었을 뿐 아니라 미 해병대에 이어 공군에서도 채택되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죠. 공군에서 F-4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F-4가 뛰어났긴 했지만, 공군의 해군에 대한 전통적으로 첨예한 라이벌 의식을 고려할 때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공군이 해군기를 도입하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이는 F-4가 단순히 성공적인 전투기를 넘어 위대한 전투기가 될 것이라는 예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어요. F-4의 공군 도입을 통해 맥도널은 해군기를 넘어 공군기 제작사로의 확장을 꾀할 수 있었죠. 그리고 F-4 개발 노하우와 막대한 수량의 F-4를 납품하면서 벌어들인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인 끝에 내놓은 F-15는 F-4에 버금가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F-4의 성공이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전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고 있는 F-15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Q. 군용기의 명가로서 냉전 기간 많은 걸작 항공기를 탄생시킨 맥도널 더글러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A. 합병된 건 1967년이었습니다. 제가 맥도널 더글러스의 CEO에 올랐던 것도 1967년이었죠. 당시 더글러스는 4발 여객기 DC-8, 쌍발 여객기 DC-9과 경공격기 A-4 스카이호크 등 여객기와 군용기 분야 양쪽에서 대단히 우수한 항공기를 만들어내던 회사였지요. 당시 맥도널의 주력 라인업은 전천후 전투기였고, 더글러스는 공격기와 수송기에 특화되어 있었습니다. 합병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은 분명했지요. 특히나 맥도널은 여객기 라인업이 전무했기 때문에 DC 시리즈로 상징되는 더글러스의 훌륭한 여객기 라인업은 군용기에 한정되어 있던 맥도널을 한 차원 높은 기업으로 성장시키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합병 후 회사는 F-15, F/A-18, AV-8B 등 걸작 군용기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더욱 성장했죠. 물론 여객기는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크나큰 실패를 가져다주었지만요.

 

 

Q. 여객기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온 더글러스였고 그만큼 기대가 컸을 텐데 합병 후 큰 실패가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군요.


A. 맥도널 더글러스 역사에 가장 큰 시련을 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합병 후 처음으로 내놓은 DC-10이었습니다. 당시 보잉 737이 단거리시장을, 보잉 747이 장거리 시장을 지배하던 때라 여객기로는 중거리 시장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DC-10은 엔진 수도 딱 중간인 3대를 장착하는 기종으로서 록히드의 L-1011과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였죠. 하나 남은 중거리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을 서둘렀던 것이 패착이었죠. 여객기는 안전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는데 설계상의 실수와 항공사들의 안전 불감증이 겹쳐 커다란 인명사고가 수차례 일어나고 말았죠. 뒤늦게 안전 설계를 대폭 보강한 MD-11을 내놓았지만 반복된 추락 사고로 업계에서의 신뢰성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인명 피해에 따른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과 배상금으로 회사는 휘청거리게 되었죠. 사활을 걸었던 미 해군의 차세대 공격기 A-12 프로젝트마저 천정부지로 치솟던 개발비와 냉전 종식이 맞물려 취소되면서 치명타가 되었고, 맥도널 더글러스는 결국 1997년 보잉에 인수되고 말았죠.

 

 

Q. 1950년부터 지금까지도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계신 것도 인상적입니다. 


A. 자신의 꿈을 이어가는 데 재정적인 부분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자신의 꿈에 충실하며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여건과 삶의 질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요. 그래서 1950년 제 이름을 딴 제임스 S. 맥도널 재단을 설립해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장학금, 연구비 등을 통해 그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지요. 재단은 맥도널 더글러스가 쇠락의 길을 걷다가 보잉에 인수되는 등 부침을 겪던 것과 관계없이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지원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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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번째 출시한 F-4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제임스 맥도널. F-4는 총 5,200여 대가 생산되어 서방에서 제작한 초음속 전투기 중 최다 생산 전투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Q.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맥도널 더글러스는 항공 역사에 크나큰 영광과 매우 커다란 실패를 동시에 남겼습니다. 이것은 제게 큰 교훈을 주었지요. 커다란 성공에 도취하여 자만해서도 안 될 일이고, 커다란 실패에 좌절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죠. 성공을 발판 삼아 더 큰 성공을 향해 정진하고, 실패에 봉착했을 때는 이를 교훈 삼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영광의 시대와 실패의 끝이 교차했던 맥도널 더글러스의 역사가 성공은 더 크게, 실패는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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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의 성공을 발판으로 맥도널 더글러스가 내놓은 F-15는 오늘날까지 생산 중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의 영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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