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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낳은 천재 설계가  쿠르트 탕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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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탕크 (1898. 2. 24.~1983. 6. 5.)>


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을 지배했던 Fw 190을 개발하고 종전 후에는 아시아 최초의 초음속 제트기 HF-24를 설계한 독일의 천재 엔지니어 쿠르트 탕크(Kurt Waldemar Tank)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천재 설계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셨지만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더 큰 귀감이 되는 듯합니다.


A. 천재라는 칭찬은 고맙습니다만 제가 머리가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한 노력형 천재였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천재로 얘기가 돌아가긴 하는군요(웃음). 제가 살던 시대는 항공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던 시기였죠.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고, 제1·2차 세계대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제트기가 등장했고, 제트기들은 한없이 빨리, 그리고 높이 날았습니다. 항공 역사상  가장 중대한 사건들이 제 인생을 관통했지요. 제가 살던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결국 기술 진보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도전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고요.

 

 

Q. 말씀하신 것처럼 탕크 씨가 걸어온 길은 항공 역사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A. 대학 졸업 후에 비행정을 만들던 로어바흐(Rohrbach)에서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933년부터 포케불프(Focke-Wulf)로 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개발했지요. 이후 복엽 스포츠 항공기 Fw 44를 만들었고, 복엽기가 주류를 이루던 1933년에는 저의 첫 단엽기인 Fw 56을 개발했습니다. 1937년에는 4발 여객기 Fw 200을 개발하는 소중한 경험도 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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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200.>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던 1930년대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여러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기적·재정적 여건이 주어졌습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전후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Fw 190과 Ta 152가 탄생할 수 있었죠. 종전 뒤에는 아르헨티나와 인도로 옮겨가 제트기를 개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복엽기부터 제트기까지 항공 설계가가 개발해볼 수 있는 항공기는 다 만들어 본 셈이지요. 

 

 

Q. 탕크 씨의 천재성과 노력이 시대적 요구와 조합된 결과물이 아닐까요?


A. 혹자는 제가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하더군요.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생각해보죠. 저와 동시대를 산 많은 항공 공학자가 있고, 그들의 많은 도전이 있었습니다. 시제기로 끝났던 항공기가 부지기수였고, 시제기조차 못 만들고 설계 도면에서 사라진 항공기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도전 자체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항공기를 개발해 빛나기 어려웠을 거예요. 결국 수없이 시도했던 도전을 끝내 성공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죠.

 

 

Q. 탕크 씨는 어떤 노력을 했나요?


A. 좋은 예가 4발 대형기 Fw 200을 개발한 일입니다. 포케불프에 들어가서 처음 설계한 복엽 스포츠 항공기인 Fw 44는 1934년에 첫 비행에 성공했는데, 이 항공기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어요. 회사도 덩달아 성장했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한 이후 항공기들은 군용 목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했고, 고등훈련기로 쓸 수 있는 Fw 56을 개발했습니다. Fw 56 역시 루프트바페¹)에서 1,000대 가까이 도입해 운용했죠. 하지만 성공가도는 거기까지였습니다. 루프트바페가 전쟁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고성능 주력 전투기 개발을 요구했는데, 사실상 회사 명운이 달린 중요한, 그리고 엄청난 물량이 생산될 것이 명백한 사업이었죠. 저는 Fw 56을 기반으로 한 Fw 159로 도전했지만 루프트바페의 선택을 받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회사가 벼랑 끝에 몰리자 생존책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상용기로 눈을 돌렸는데, 당시 한창 성장하던 대형 여객기 시장을 본 것이죠. 기껏해야 훈련기나 만들던 포케불프의 4발 대형 여객기 개발은 지금 생각해도 참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새 여객기를 구매해줄 루프트한자를 열심히 설득하는 한편 Fw 200의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전장 23m, 최대 이륙중량 25톤에 달했던 대형기 개발은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우여곡절 끝에 1937년 첫 비행을 성공시켰어요. 
전쟁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루프트바페는 Fw 200을 재빨리 수송기와 정찰기 등으로 운용했습니다. 생산 대수는 300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비행 성능이 안정적이어서 히틀러가 전용기로 쓸 정도였으니, 기술적으로는 성공한 항공기였어요. 무엇보다 Fw 190을 개발하기 전까지 포케불프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아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죠.

 

 

Q.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하늘을 지배했던 Fw 190 개발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겠지요?


A. 루프트바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면서 주력 전투기로 메서슈미트 Bf 109를 생산 및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방이 여러 종류의 전투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면서 Bf 109만으로 전쟁을 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수뇌부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죠. 결국 Bf 109 전력을 뒷받침할 새로운 전투기를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루프트바페의 전투기사업에서 떨어진 뒤 Fw 200을 통해 절치부심하고 있던 때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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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190.>


그래서 당시 주류였던 수랭식 엔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공랭식 엔진을 장착한 Fw 190을 개발했습니다. 공랭식 전투기는 공기로 엔진의 열을 식혀야 하므로 기수 부분이 투박해져 항력이 커지는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카울링이 커져 조종사의 시야가 나빠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종석을 엔진으로부터 더 멀리 배치해 시야를 확보하고, 공기역학적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주익과 수평미익의 면적을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엔진과 조종석 사이에 무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늘어난 익면적으로 비행 성능이 향상되었습니다. 1939년 6월 1일 첫 비행을 통해 Fw 190의 훌륭한 비행 성능과 무장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저는 Fw 190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Fw 190은 제 기대에 부응했어요. 1941년 중반 영불해협 상공에서 실전 데뷔전을 치른 이후 각종 공중전에서 대단한 전과를 올렸지요. 후대에 Fw 190을 평가할 때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전투기로서의 Fw 190의 위용은 영국 공군을 경악시킨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 같은 찬사는 Fw 190이 얼마나 위력적인 전투기였는지를 잘 보여주죠.

 

 

Q. Fw 190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겠군요.


A. 전쟁이 진행되면서 서방 전투기들도 개량을 통해 점점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 역시 Fw 190을 더욱 강력한 전투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Fw 190을 개량해 만든 것이 Ta 15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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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152.>

 

개량의 핵심은 주익의 가로세로비를 늘려 적은 익면 하중을 갖게 하고 고고도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2,000마력이 넘는 강력한 엔진을 얹어 10,000m 이상의 고도에서 최고 속도 755km/h를 낼 수 있었습니다. Ta 152는 Fw 190의 최종병기 격이라 할 수 있죠. 포케불프에서 일하면서도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저의 성을 딴 ‘Ta’를 이름에 붙인 첫 항공기였기에 애정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었지요. 불행히도 Ta 152가 등장한 것이 전쟁 말기여서 불과 50여 대만을 생산하는 데에 그친 것은 두고두고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전쟁이 끝난 뒤에는 항공기 설계가로서 인생의 2막을 여셨습니다.


A. 나치가 연합군에 패하고 독일 과학자들은 소련과 서방국가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제가 처음 택한 곳은 아르헨티나였고, 거기서 1950년에 처음 비행한 제트 전투기 IAe 33 풀키(Pulqui II)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IAe 33은 기술적으로 많은 문제와 결함을 안고 있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아르헨티나를 덮친 경제 위기로 결국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미 쉰이 넘은 나이였지만 항공기 개발을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케불프에서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자국 전투기 개발에 힘을 쏟던 인도로 건너가서 힌두스탄 항공과 함께 HF-24 마루트(Marut)를 개발했습니다. HF-24는 1961년에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자력으로 개발해 비행에 성공한 초음속 제트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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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24.>

 

Q.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 인생을 뒤돌아보건대,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성공을 만든 것은 도전과 노력이었습니다. 또한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성공으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결국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1) 독일 공군을 뜻하는 말. 현재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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