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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항공人

프랑스 항공 역사를 이끈 위대한 엔지니어 마르셀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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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다소. 1892. 1. 22. ~ 1986. 4. 17.>


이번 달 ‘역사 속 항공人’은 프랑스 최초의 실용 제트전투기 ‘우라강’과 가장 성공한 유럽산 전투기이자 베스트셀러인 ‘미라지’ 등을 개발하며 프랑스 항공 역사를 이끈 엔지니어 마르셀 다소(Marcel Dassault)입니다.


글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Q. 다소 씨가 세운 다소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프랑스 항공 기술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런데 로고의 네잎클로버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최첨단의 항공기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이었죠. 조국 프랑스는 독일에 점령당해 항복하는 치욕을 맛봤습니다. 시름 가득한 마음으로 산책하던 중 우연히 네잎클로버를 발견했어요. 그땐 별생각 없이 네잎클로버를 제 수첩에 꽂아두었습니다. 독일은 저에게 항공기 개발에 협조하라고 강요했지만 조국을 짓밟은 히틀러를 도울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프랑스 독립을 위한 저항 활동인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가했죠. 결국 저는 수용소에 투옥되었어요. 수첩도 뺏기고요. 그렇게 전쟁 내내 여러 수용소를 전전했는데, 전쟁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수첩이 다시 제 수중에 들어왔어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기가 끝나자 네잎클로버가 저를 다시 찾아온 거죠. 네잎클로버는 프랑스의 패배와 힘든 수용소 생활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받으러 돌아온 듯했습니다. 로고 속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의미하기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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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는 군용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제트와 드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항공기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세계적 기업이다.>

 

 

 

 

Q. 다소는 프랑스 항공력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소 씨의 본명은 마르셀 블로(Marcel Bloch)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개명하셨습니다. 개명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가 레지스탕스 운동을 할 때 레지스탕스의 지도자가 제 친형이었습니다. 형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썼는데, 형이 쓰던 가명이 바로 ‘돌격’이라는 뜻의 ‘다소’였지요. 종전 후 회사를 재건하면서 형의 레지스탕스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 성을 다소로 바꿨고, 회사 이름도 다소 항공으로 이름 지었죠.
억울한 논란에서 확실히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종전 후 저와 회사가 독일 공군 항공기들을 개발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는 오해를 받았었지요. 참을 수 없는 오해였고 터무니없는 풍문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나치의 부역자라는 오명을 제 인생에 아로새길 수 없어서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수용소 생활도 감내했으니까요.

 

 

 

Q. 다소 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프랑스 항공력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항공기 엔지니어로서 다소 씨가 걸어온 길이 더 궁금해지는군요.
A. 항공기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시작한 곳은 ‘깔레 뫼동’ 항공연구소였습니다. 프랑스 최초의 항공 전문 연구소인 깔레 뫼동에 1913년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자유분방한 연구가 체질이었던 제게 딱딱한 연구 위주의 이곳은 맞지 않았어요. 결국 실력을 좀 더 갈고 닦은 뒤 저 스스로 항공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1930년에 제 첫 회사를 만들었죠.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제가 ‘에클레르’라 이름 붙여 개발한 프로펠러들의 힘이 컸습니다. 관련 특허를 많이 취득해 군에 납품할 수 있었지요. 가슴 아프게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패배하면서 회사도, 저도 경력의 쓰라린 단절을 맛보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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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용 미라지이자 미라지 시리즈를 대표하는 미라지 III.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미라지 III 대활약은 미라지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다. >

 

 

 


Q. 전쟁 직후 황폐해진 국토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회사를 다시 만드셨는데, 키워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A. 전쟁이 끝나고 회사 이름을 다소 항공으로 바꾸면서 진정 오늘날의 다소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프랑스와 제가 겪었던 고초는 군사력이 약했기 때문이고 저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항공기 개발에 매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저 그런 항공기가 아니라 아주 강력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라야 했죠. 동맹에 기대어서도 안 되었어요. 독일이 프랑스에 쳐들어올 때 동맹이 독일군을 막아주진 못했거든요. 
전쟁에서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의지도 강했어요. 저의 노력과 정부의 의지가 결합하면서 강력한 전투기가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거죠. 그렇게 해서 1949년 프랑스 최초의 실용 제트 전투기 ‘우라강’을 개발했고, 1954년에는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미스테르IV’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56년 마침내 진정한 의미로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미라지 III’가 세상에 나왔지요. 미라지 III는 이스라엘 공군에서 운용되면서 중동전쟁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1,500대 가까이 생산됐고 20여 개국에 수출됐습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미라지 III는 오늘날 다소 항공을 만든 1등 공신이 됐습니다.

 

 

 

Q. 미라지가 성공한 전투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많은 수가 생산되었던 만큼 다양한 파생형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전략폭격기로 만들어진 ‘미라지 IV’가 눈에 가장 띕니다.
A.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의 경제는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항공기 개발비 역시 넉넉지 못해 미국에서 부품을 사서 썼어요. 미국제 부품에 맞는 설계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중동 및 이스라엘 문제로 미국과 정치적으로 틀어지면서 부품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죠.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다행히 샤를 드골 대통령이 핵 보유를 통한 군사적·정치적 독자노선을 걷기로 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죠. 부품까지 모조리 우리 프랑스가 스스로 만들고, 이를 넘어서 항공기에 핵무기를 탑재하자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조국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를 필요로 하게 되자 제게는 마치 운명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가 만든 핵무기를 제가 만든 항공기에 탑재해야겠다고 말이죠. 실제로 아직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그때 핵무기를 탑재하는 폭격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 자체가 다소 항공을 제외하고는 없었지요. 그렇게 만든 기체가 바로 미라지 IV입니다.

 

 

 

Q. 첫 전략폭격기여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드골 대통령의 높은 기대도 부담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A. 미라지 IV는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기존 미라지를 확대해서 기체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엔진이었어요. 기존 미라지의 엔진으로는 훨씬 커진 미라지 IV에서 공군이 원하는 성능을 내기 어려웠거든요. 미국제 엔진을 가져다 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모든 부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구축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았죠. 그래서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우리 손으로 만든 ‘아타르’ 엔진을 넣기로 했습니다. 미라지 IV가 첫 비행에 성공한 1959년 6월 17일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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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부터 1996년까지 운용된 미라지 IV. 운용 대수는 불과 62대에 불과했지만 간격이 넓은 분산 배치를 통해 30여 년간 프랑스의 효과적인 핵 억제 전력으로 활약했다.>


미라지 IV의 가장 큰 지지자였던 드골 대통령에게도 미라지 IV를 보여주고 싶었죠. 첫 비행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 미라지 IV는 드골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사장을 초음속으로 통과하는 비행을 선보였습니다.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드골 대통령이나 저나 그때 느꼈던 기쁨과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Q.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위대한 발명가이자 과학자, 기업인이 된 신문배달원 에디슨의 삶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건이 어렵든 어렵지 않든 상상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제가 모은 팀과 정말 열심히 일했죠”1) 우리의 삶은 여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인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이 사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1970년 펴낸 자서전 <부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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