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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

평등의 기반 위에 다진 탄탄한 팀워크 베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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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CEO 폴 퍼셀>


개인이 이루는 성과보다 팀 전체의 동반 상승을 중요시한 베어드의 전 CEO 폴 퍼셀은 팀워크를 해쳐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고, 근무 중에도 규정으로 정한 세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해고했다. 일의 목적을 돈에 두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월가의 탐욕적 문화를 거부한 정책이 베어드를 성장시켰다. 


글 채희숙 / 일러스트 레모


팀워크 해치는 ‘또라이’는 안 된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본사를 둔 종합자산관리회사 RW베어드(Robert W. Baird&Co., 이하 베어드)는 ‘또라이는 안 된다(No Assholes)’는 정책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여기서 ‘또라이’는 팀워크를 해쳐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직원을 뜻한다. 개인이 이루어내는 성과보다 팀 전체의 동반 상승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혼자만 잘난 독불장군은 또라이로 분류해 회사에 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학력이나 업무 수행 능력보다 다른 직원들의 성과나 긍지, 자부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통 능력을 먼저 본다. 수차례의 면접과 평판조회를 진행해 말을 함부로 하거나 배려심이 없는 지원자는 탈락시킨다. 본인을 회사, 동료, 고객보다 우선시하는 지원자도 안 된다. 동료를 괴롭히거나 팀워크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직원은 채용하지 않는다. 
높은 점수로 입사한 직원이라 해도 근무하는 동안 숨겨져 있던 또라이 기질을 드러내면 업무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무조건 해고 처리한다. 다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아웃이라는 해고 원칙을 아예 정해놓았다. 
① 동료 직원을 괴롭히거나 짓밟으며 나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직원

② 회사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직원

③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하는 직원 등이다.
매년 2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베어드는 면접 때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당신은 고객이나 부하 직원을 괴롭힐 가능성이 있습니까? 추후 당신이 또라이로 판명되면 그날 당장 회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래도 같이 일해보시겠습니까?” 모욕을 당한 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모욕을 일삼은 직원이 해고 대상이 된다. 상사에게는 잘하면서 부하들은 함부로 괴롭히는 직원도 남아 있지 못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베어드 직원 중 1% 정도가 또라이로 판정되어 회사에서 방출되었다. 또라이는 단 1명도 회사에 놔둘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베어드의 전 회장 폴 퍼셀은 “조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회사 발전을 위해 좋다. 우리는 똑똑하고 업무 성과가 좋다고 우대하지 않는다. 동료를 괴롭혀 이루어낸 성과는 조직 전체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직원에게 공개하고, 질문이나 제보에 대해 24시간 이내 직접 답변을 보내는 방식으로 소통하며 회사 정책을 지키는지 감시한다. 

 

 

 

돈만 바라보는 월가의 탐욕적 문화에 반기 들다 
미국의 사업가이며 자선사업가인 로버트 윌슨 베어드가 1919년 설립한 베어드는 직원의 3분의 2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사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130여 개 지점에서 일하는 3,300여 명의 직원이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부터 비상장 주식 투자까지 폭넓게 대응하며 1,670억 달러(약 18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베어드는 일찍부터 사내 평등을 실현해왔다. 자격을 갖춘 모든 직원에게 주식 매입을 개방하고, 경영위원회는 연례 미팅에서 새로운 직원 주주를 일일이 소개하면서 최고경영자의 포옹으로 환영식을 열어준다. 
다른 자산운용회사와 달리 베어드는 직원의 97%가 정규직이고,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근로자는 극소수다. 정규직과 계약직 구분 없이 사원들은 같은 크기의 작업 공간에서 일하며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파트타임 근로자들도 1년이 지나면 22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여름방학에 채용하는 대학생 인턴에게도 유급휴가와 연간 500달러의 학비 보조금을 주고, 1년 이상 근무자에게는 9일간의 유급휴가를 별도로 제공한다. 고위직 임원에 대한 특별대우도 없다. 
또한 신규 채용의 30%를 직원 추천을 통해 뽑고(물론 이 경우에도 채점 방식은 똑같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직원의 29%는 1964년 이전 출생자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은 1946년생이다. 이런 정책에 대해 직원들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회사에 기여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2000년 CEO로 취임한 폴 퍼셀은 이러한 평등의 기반 위에 팀워크를 강화했다. 그가 ‘또라이 아웃’ 제도를 만든 이유는 일의 목적을 돈에 두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월가(街)의 탐욕적 문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월가 인재의 25~30%가 돈을 더 벌기 위해 부하 직원들의 성과를 가로채거나, 남을 헐뜯어서 자신을 빛내는 또라이”라고 규정한 퍼셀은 새로운 기업문화로 2008~2009년의 금융위기 한파 속에서도 매출액과 순이익의 건실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냈는지가 성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은 더욱 빛을 발했다. 

 

 

 

협력과 상호의존으로 더 큰 보상 받아
베어드는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2004년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고, 올해는 4위를 차지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조직에 해를 끼치는 직원이 없는 덕분에 생산성과 성장률이 높다”며 팀워크 중시 기업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2010년 이후 베어드의 매출은 연 10% 이상 성장했고, 고용 규모는 20% 이상 증가했다. 이직률도 5%를 넘지 않는다. 미국 금융업계 평균 고용 성장률 4%, 이직률 16%와는 대조적인 결과다. 연봉은 4만(단순사무직)~25만(애널리스트) 달러 수준으로, 미국 자산관리전문가들의 평균 연봉인 17만8,000달러를 웃돈다.
경쟁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에게만 보상과 찬사가 따르는 현대사회에서 영국 BBC 프로듀서 출신 저널리스트 마거릿 헤퍼넌은 <경쟁의 배신>이라는 저서를 통해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무자비한 경쟁이 어떻게 개인과 조직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 대안으로 베어드의 ‘팀워크’를 제시했다. 협력과 상호 의존을 통해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베어드는 2016년 1월 회장으로 물러난 폴 퍼셀의 뒤를 이어 스티븐 부스를 신임 CEO로 임명했다. 퍼셀과 부스는 1994년 베어드 입사 동기다. 20년 이상 동료이며 친구,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멘토로 지내온 두 사람은 경영의 최전선에서 모범적인 팀워크를 선보이며 베어드를 선망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2015년 이후 연 4만 명 정도가 베어드에 입사 지원서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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