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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패밀리

순천만 갈대숲에서 사랑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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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팀 이재호 과장 가족의 순천만 습지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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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차 부부는 여전히 서로가 애틋하고, 어렵게 만난 첫째 서원이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찾아온 둘째 ‘토리(태명)’는 때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날 예정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네 식구의 태교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글 정영아 / 사진 안종근


마치 크리스마스 기적 같은
미처 생각지 못한 소식이었다. 올해 3월, 어머니에게 좋은 꿈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생산관리팀 이재호 과장은 “그런 일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더불어 아내에게는 부담될 수 있으니 꿈 얘기는 하지 말라고까지 부탁했다. 
“서원이를 힘들게 가져서 둘째를 마음에는 두고 있었지만 쉽게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어머니 전화가 왔을 때도 그냥 넘겼죠. 어머니께서는 도토리나무 숲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도토리를 줍는 꿈이라며 필시 태몽이라고 하셨어요. 혹시나 해서 저희에게 전화하셨던 것이죠. 그래서 혼자만 꿈 얘기를 알고 있었는데, 4월 초에 아내가 몸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먼저 테스트를 하니 반응이 있었고, 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어요. 그냥 얼떨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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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둘째의 태명이 ‘토리’인 까닭이 이해되었다. 부창부수,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아내인 김은미 씨 역시 둘째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응은 이재호 과장과 비슷했다. 
“결혼해서 아기를 빨리 가지기를 원했는데, 기대와 달랐어요. 서원이를 시험관 시술을 통해서 어렵게 가져 둘째가 이렇게 빨리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어른들이 첫째만 낳으면 둘째는 쉽게 들어선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틀리지 않았나 봐요. 정말 서프라이즈 선물 같았어요.”
더욱이 토리의 출산 예정일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부모 마음에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걱정되어 내년에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토리가 이 부부를 찾아온 과정은 흡사 ‘크리스마스 기적’ 같은 일이니 딱 어울리는 출산 예정일일 것이다. 
하지만 고향인 경기도 광명을 떠나 남편의 직장이 있는 경남으로 와 피붙이는커녕 지인 하나 없는 타지에서 사는 은미 씨에게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터. 무엇보다 애교가 많은 첫째 서원이는 엄마의 배가 불러오는 것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안아달라고 조르기 일쑤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서원이가 마냥 예쁜 은미 씨는 자기 몸 힘든 줄도 모르고 세 살배기 서원이와 배속의 토리에게 혼신의 힘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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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직장 동료들이 있지만, 아내는 저만 믿고 진주에 온 겁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교통도 불편하고 모든 게 낯선 상태였죠. 또 영업 일을 하던 사람이라 답답함도 컸을 겁니다. 괜히 미안했죠. 처음에는 동료 와이프들을 소개해주고, 가능하면 일찍 퇴근해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둘째가 생기고 아내는 많이 힘들어했어요. 육아가 그렇잖아요. 마땅히 맡길 곳도 없고, 그래서 서원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겨우 9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남편의 마음이 고마운지 은미 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연애할 때도 그랬지만 참 다정한 사람이에요. 회사 일도 바쁜데 집안일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고요. 친정이나 시댁이 근처에 있으면 급한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맡길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럴 형편이 못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남편이 큰 힘이 되어요. 얼마 전에도 서원이가 아파서 입원했는데 만삭이라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반차를 쓰고 병원에서 서원이 간호했죠. 그래서 토리가 태어나도 육아 걱정은 안 합니다.” 
남편에게 ‘믿는다’는 눈빛을 보내자, 이재호 과장은 가만히 웃기만 한다. 눈빛만 봐도 아는 천생연분인가 보다. 
 

 


네 식구를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
이재호 과장 가족이 토리 태교 여행으로 찾은 곳은 가을 낭만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남 순천만 습지였다. 첫눈이 온 강원도와 급작스러운 추위로 꽁꽁 언 수도권과 달리 남쪽 지방은 포근하기만 했다. 갈대의 절정은 늦은 오후 해 질 녘에 만끽할 수 있기에, 여행의 반은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인 까닭에 본격적인 순천만 여행은 점심 후 오후 3시부터 시작했다. 혹시나 늦가을 야외 활동에 감기라도 들까 봐 가족의 옷차림은 든든했다. 진주에서 순천까지 오는 차에서 자면서 온 서원이는 아직 채 잠이 깨지 않은 듯 아빠의 품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내 은미 씨는 “서원이가 아빠 껌딱지”라며 슬쩍 일러줬다. 그런 서원이를 땅에 내려 걷게 한 것은 바로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새들의 군무였다. 철새도래지답게 여기저기서 다양한 종류의 새를 만날 수 있었다. 새뿐이 아니었다. 습지에서는 제 몸을 보호코자 카멜레온처럼 진흙에 숨어 사는 작은 게들이 꼬물꼬물 움직였고, 앞발이 나온 올챙이를 닮은 짱뚱어도 함께 습지를 유영 중이었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서원이는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작은 몸을 웅크리고 유심히 때로는 습지를, 때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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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이가 새를 비롯해 동물을 참 좋아해요.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예요. 중장비까지 종류별로 다 알 정도로 ‘덕후’라니까요.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기계에 관심이 많아요.”
만삭의 몸으로 가만히 서원이를 지켜보는 은미 씨는 ‘어느새 저렇게 컸나’ 대견해하는 표정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입니다. 먼저 11월 12일은 아내 생일이었어요. 광명에서 내려와서 5년 남짓 옆에 묵묵히 있어준 아내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고 싶었거든요. 또 토리가 태어나기 전에 태교 여행을 꼭 가고 싶었어요. 서원이 때는 안 해본 태교가 없었는데, 토리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또 서원이를 봐준다는 이유로 많은 신경을 못 썼거든요. 서원이에게도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행복한 가족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갈대 천국인 순천만이라면 이 모든 게 충분한 여행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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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특별함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도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버지지만, 오늘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 이재호 과장은 피곤할 터인데도 서원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갈대밭을 걸었고, 틈틈이 아내를 챙기고 짐을 들어주며 혹시나 힘들까 신경을 썼다. 
그러는 사이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가 네 식구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기에 여행의 마지막은 산책 중 우연히 발견한 소원터널에 달 소원패 만들어 다는 것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를 위한 단독 만삭 컷을 찍기로 했다. 그런데 혼자 촬영하는 게 어색한지 은미 씨는 촬영 내내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고, 이재호 과장은 “가만히 있어도 예쁘다”며 아내를 격려했다. 무사히 만삭 컷 완성. 소원터널에 패를 달기 위해서는 우선 소원 내용을 적어야 할 터. 잠시 고민하던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진중히 앞뒷면을 꽉꽉 채워 소원을 적었고, 터널의 가장 위쪽에,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매달았다. 
“2017년 12월 24일 토리 순산 기원. 우리 가족 더 행복하고 사랑 넘치기를…. 사랑이 넘치는 워니네.” 
“토리의 순산을 기원합니다. 우리 가족 4명 건강해서 이곳에 다시 오길…. 사랑해 서원, 토리, 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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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습지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순천만 습지는 220여 종의 조류, 120여 종의 식물, 25종의 멸종위기 생물이 살고 있다.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는 시기는 가을과 겨울 사이. 노란 갈대의 향연을 감상하는 시기다. 이곳의 백미는 용산전망대. 일몰 즈음한 시간에 용산전망대를 올라가면 노을 속에 S자 곡선이 아름다운 순천만이 한없이 펼쳐진다.

 

- 위치 :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 홈페이지 : www.suncheonbay.go.kr
- 요금 : 성인 8,000원, 어린이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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